매일신문

[야고부] 공자의 부활

20세기의 끝자락에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이 출간돼 공자와 유교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제기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의 배후에는 어김없이 공자와 유교의 그림자가 깔려 있다고 꼬집었다. 공자는 성인(聖人)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2천 년 세월 동안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사상계의 패자(覇者)로 군림해온 위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공자는 살아서도 그랬지만 죽어서도 편할 날이 없었다. 몇 해 전 개봉된 저우룬파(周潤發)가 주연한 영화 '공자'도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공자의 기구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역할은 했다.

근대 중국에서도 신문화운동을 전개하던 루쉰(魯迅) 천뚜시우(陳獨秀) 등에 의해 '교조화한 공자'는 가차없이 비판을 받았다. 더구나 마오쩌둥(毛澤東) 집권 시절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동상 파괴 등 반공자운동이 절정에 달했다.

그런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공자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맥아더 장군이 남긴 유명한 말을 패러디해서 '공자는 죽지 않는다. 그리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다만 영원히 존재할 뿐이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하고 있는 판국이다.

공자가 남긴 '논어'는 요즘도 중국 서점가에서 홍루몽, 서유기, 삼국지, 수호지 등과 더불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다. 논어에 나오는 주옥같은 표현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구촌의 중국어 열풍과 함께 전 세계 100여 개 국가 400여 곳에 공자학원이 설립되었다. 정신문화의 수도를 자칭하는 안동에서도 국립 안동대가 '공자학원' 문을 열었다. 경북지역에서는 처음이다.

옛날 것이라 하여 모두가 낡은 것이라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것이라 하여 모두가 좋은 것 또한 아닐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즉 '옛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안다'는 공자의 말씀은 여전히 유용하다.

공자가 살았던 기원전이나 2천500년이 흐른 지금이나 인간의 본성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개인과 집단의 욕망과 이기심이 난무하는 오늘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사회의 건강성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유교적 사상이 오히려 절실하지 않을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