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음식 이야기] 묵(2)

지역산물따라 다양…해안에선 멸치 육수 이용도

묵은 계절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면서 향토적인 면이 강한 음식이다. 도토리, 메밀은비교적 낮은 기온과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며 강원도를 비롯한 북쪽 지방에서 소출이 많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강원도 봉평에서 메밀막국수, 메밀총떡 같은 향토음식을 만들어 냈고 도토리묵과 칡묵도 강원도 지방의 향토음식이라 할 수 있다. 메밀묵은 강원도뿐 아니라 각 지방에서 다 해먹던 음식이지만 특히 제주도의 향토음식으로 알려져 있고 제주도의 빙떡 또한 메밀로 만든 향토음식이다.

올챙이묵 또한 강원도의 별미음식인데 이것은 풋옥수수를 갈아 가라앉힌 옥수수 앙금을 되직하게 쑤어 구멍이 뚫린 소쿠리에 쏟아 내리면 자연스럽게 엉기면서 구멍 사이로 국수처럼 내려온다. 이것을 찬물에 받아 냉각시켜 장국에 말아 먹으면 담백하고 부드러운 묵국수가 되는데 주식 대용이나 반찬, 별미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묵이 굳으면서 가닥가닥 떨어지는 모습이 올챙이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밤묵은 충청도의 향토음식이다. 충청도 공주지방은 밤나무가 많이 재배되고 있어 밤을 이용한 다양한 향토음식이 있다. 그중 밤묵국수가 유명하고 밤떡국, 밤다식 등도 있다. 청포묵은 녹두의 녹말을 가라앉혀 만든 것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만들 수 있지만 특히 전라북도 전주와 경기도, 서울지역이 유명하다. 전주의 황포묵은 전주비빔밥에 없어서는 안 되는 명물로 비빔밥이 유명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기장어묵은 바다를 끼고 있는 기장지역에서 많이 해 먹는 향토요리로 산간지방의 도토리묵처럼 큰 잔치 때 손님접대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멸치를 고아낸 맛국물에 우뭇가사리를 푹 고아 건더기를 건져내면 우뭇가사리에서 우러나오는 점질물이 젤 상태를 만들어 내고 여기에 된장을 풀고 방아잎과 부추를 넣어 한소끔 끓인 다음 통에 담아 굳히는데 완전히 굳기 전에 석이, 통깨, 실고추 등을 고명으로 뿌린 후 굳으면 묵편으로 잔치 때 많이 사용한다. 기장어묵은 칼슘, 철분, 인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면서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이와 비슷하게 울진지역도 바다의 해초류 중 천초를 고아서 만든 천초묵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경기지방에서는 논에서 캔 올방개로 녹말을 내어 묵을 쑨 올방개묵을 만들어 먹는다. 올방개란 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방동산이과이며 큰 것은 3g 정도로 11월 하순에서 4월 중순에 채취하여 녹말가루를 만든다.

묵은 전분이 주성분이며 담백한 맛을 낸다. 묵 자체가 별다른 맛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에 양념과 고명, 부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 맛을 살릴 수도 있다. 색과 향도 다양하다. 녹두묵의 경우 녹두전분을 그대로 쑤면 투명하고 식어서 차게 굳어버리면 흰색이 된다. 여기에 치자 물을 들이면 노랑묵이 나오는데 이를 황포묵이라 한다. 시금치 즙이나 클로렐라 등으로 녹색을, 홍화나 맨드라미 등으로 붉은빛이 도는 묵을 만들 수도 있다. 밤묵, 칡묵, 메밀묵, 행인묵(은행) 등으로 만든 묵은 각각의 독특한 향미를 지니고 있다.

묵의 영양성분을 살펴보면 수분이 80%이고 열량을 내는 영양소는 거의 기대할 수 없다. 포만감을 많이 느끼게 하여 다이어트 음식으로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고열량 섭취의 현대인들에게 꼭 권장할 만한 식품이라 할 수 있다.

열량은 없지만 각 재료의 생리학적인 기능성분은 아주 우수하다. 메밀의 경우 한의서에 의하면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기력을 보(補)하며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五臟)의 부패물을 제거하고 통풍(痛風)을 사라지게 한다. 이러한 성분은 메밀 속에 루틴이란 성분 때문인데 루틴은 혈관의 콜레스테롤의 투과성을 억제해주어 혈관계 질환에 좋다. 이 때문에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메밀음식인 냉면을 함께 먹게 되면 동물성 지방의 흡수율을 저해할 수 있어 좋다. 도토리는 장과 위를 강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피로회복과 숙취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신아가 참(眞) 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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