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하늘나라 계신 할아버지 시계

7살 난 아들이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 때문에 다시 할아버지의 시계를 꺼내보게 된다.

할아버지는 내가 7살 무렵 돌아가셨다. 아직도 할아버지가 누워 계시던 시골집의 풍경이 기억나는 듯하다. 마지막 힘겨운 숨을 몰아쉬던 할아버지. 병상에서의 할아버지 기억이 남아 있어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그 기억조차 아름답다.

할아버지는 나를 무척이나 아껴주셨다고 한다. 첫 손녀라 유난히 귀여움을 많이 받았던 나는 할아버지 자전거 앞에 타고 할아버지와 동네를 누볐다. 사람들에게 손녀 자랑을 하고 싶어 어디든 데리고 다니시고, 객관적으로 별로 예쁘지도 않았던 나를 끔찍이도 예뻐해 주셨다.

할아버지가 워낙 일찍 돌아가셔서 선명한 기억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아끼시던 이 시계. 그리고 누군가 그토록 나를 사랑해주었다는, 사랑받았던 행복한 기억은 남아 있다.

할아버지와 함께 나를 사랑해주던 할머니. 할머니는 그래도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주셨지만 몇 년 전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하지만 나는 둘째를 출산한 직후라 할머니의 임종은 고사하고 마지막 모습도 뵙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 아직도 할머니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도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선명하다. 어디선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 할머니를 보게 되면 우리 할머니가 아닌가 하고 한 번 더 보게 된다.

이제 내 아들의 나이가 7살. 양가 어른들이 모두 건강하셔서 아이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나누어주신다. 그 사랑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우리 할아버지가 주셨던 그 사랑이 조금은 느껴지는 듯하다. 두 분의 사랑은 평생 내게 밑거름이 되어줄 것 같다.

이진선(대구 동구 율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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