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악계는 그야말로 퓨전국악의 열풍이다. 국악 연주회장을 가보면 오히려 전통음악보다 퓨전국악의 연주 빈도가 높고 관객도 훨씬 많이 찾는 것을 볼 수 있다. 국악을 좋아한다는 일반 학생들에게도 어떤 장르의 국악을 좋아하는지 물어 라도 보면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어김없이 "퓨전국악을 좋아한다"고 답한다.
국악의 장르를 교과서적으로 구분하면 정악과 민속악, 그리고 20세기 이후 새로 작곡된 창작곡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대를 전후해 탄생한 퓨전국악이라는 신조어는 음악문화 속에서 급속도로 확산해 창작곡과도 확연히 구분된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퓨전(Fusion)의 사전적 의미는 '섞이다', '섞다' 는 뜻으로, 통상적으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이 합쳐져 새로운 것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두 가지의 음악이 섞여서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것이 퓨전이라면 국악에서 퓨전의 역사는 삼국시대나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악기나 악곡에서 중국 또는 서역을 포함한 외래음악과의 퓨전현상으로 만들어진 예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악의 역사에 퓨전이란 말을 쓰지는 않는다. 퓨전국악이라는 용어는 현대의 국악과 서양대중음악이 결합한 형태를 지칭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하겠다. 용어 자체의 모호함과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국악인들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이 새로운 장르는 급속도로 확산됐다.
오늘날 대부분의 젊은 국악인들이나 비제도권에서 활동하는 밴드 형태의 국악연주단들의 주 레퍼토리는 대부분이 퓨전 곡들로 채워진다. 또한 국악계에서 새로운 컨텐츠의 개발을 위해 서울에서 한 번씩 열리는 전국 규모의 국악축제에 가봐도 퓨전국악 곡들이 주를 이룬다. 퓨전국악은 이제 더 이상 국악계의 사생아가 아니다. 오히려 그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퓨전국악이 국악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였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방향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현재의 퓨전국악은 대중성 외에는 애초부터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해놓은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요소들로 맹목적으로 대중성만 키워나간다면 오히려 국악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전통을 올바르게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우리의 임무이자 중요한 과제이다. 더불어 새로운 문화를 바르게 창조하는 것 또한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퓨전작품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이현창(대구시립국악단 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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