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포스텍(옛 포항공대) 화공실험동 기계공학과 연구실에서 발생한 화재(본지 11일자 5면 보도)와 관련, 소방당국이 화학분말이나 모래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 진화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구미 불산 누출사건 여파에 따른 학습효과로 보인다.
포스텍과 포항 남부소방서에 따르면 화재 당시 실험실 내에 보관하고 있는 폭발성이 강한 나트륨(소듐) 때문에 자칫 대형사고가 발생할 뻔했지만, 나트륨 화재대응 매뉴얼에 따라 물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분말을 이용해 진화에 나섰다는 것.
김승환 포스텍 연구처장은 "나트륨은 물과 접촉하면 열이 나면서 폭발하는 특성이 있다. 실험실 내부에 있던 나트륨 15㎏이 만약 물과 만났다면 건물 전체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나트륨은 모두 수거해 안전한 장소로 옮겼으며, 추후에도 구미 불산 사고와 같은 우려할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구자운 포항 남부소방서 대응구조과장은 "진화작업을 안전하게 마친 뒤 화재현장에 남아있던 나트륨과 실험실 3층에 보관중이던 에탄올 혼합 유기용매 등의 화학약품류 50ℓ를 안전하게 수거했다"며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대기 중에도 유해물질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은 포스텍의 대응과 소방시스템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학생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40분부터 시작한 불이 4시간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도, 마스크 등 기본 방호품 조차 지급하지 않아 학생들이 매연 등에 그대로 노출됐다. 포스텍은 화재감시를 CCTV를 통해 하고, 소방시스템으로 스프링클러와 소화기 몇 대를 갖춘 것이 전부라는 것.
소방서 관계자는 "포스텍은 특성상 특수화학물질을 많이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특수소화장비가 필수다. 이를 간과한다면 대형참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CCTV에만 의존한 화재감시는 직원 퇴근 후에는 화재사고에 대해 속수무책이라는 것과 다름없다.
포스텍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내 전체 실험실을 대상으로 각종 화학약품 안전관리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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