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수도권 학숙 '강원학사' '충북미래관' 가보니…

아파트형 숙소, 전공 같은 선후배 생활…'고향에 부끄럽지 않게' 학업

강원학사 1층 로비에 있는 설립자 동상과 현판 내용.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강원학사 1층 로비에 있는 설립자 동상과 현판 내용.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11일 오후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 강원학숙 입구. 학교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 둘씩 보금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을 처음 맞이하는 건 학숙 앞마당에 위치한 큰 돌에 새겨진 문구다.

'고향과 부모님께 부끄러운 자는 이 문을 드나들지 말라.'분위기가 무겁다.

학사건물 로비에 들어서면 각오를 더욱 다지게 하는 주문이 기다린다.

'강원도에 사람 없다는 말만은 듣지 않게 하라!' 학숙에 몸담고 있는 학생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규문 강원인재육성재단 인재육성과장은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 척박한 땅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인재밖에 없었던 강원도의 절규라고 봐도 좋다"며 "훌륭한 지역인재를 기다리는 강원도민들의 간절한 여망을 담은 글귀"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강원학사에는 265명의 지역 인재들이 내일의 도약을 위해 자신들의 기량을 갈고닦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광역자치단체 학사의 맏형격인 강원학사는 여타 학숙과 달리 8∼10명의 학생들이 아파트형 숙소에서 함께(2인 1실) 생활하고 있다.

강원학숙에선 가능하면 학교(재학'출신)보다는 전공을 같이하는 학생들이 한 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지난 1975년 이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룸메이트를 결정해 온 결과 얻은 최선의 대안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3학년 이준구 학생은 "학교 기숙사와 달리 학숙에서는 전공을 같이하는 다른 학교 선후배들과 생활할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저렴한 서울체재비도 강점이지만 학생시절부터 인적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것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원학사에선 현재 학사에서 함께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학생들 간의 수평적인 인적네트워크는 물론 강원학사 출신으로 현재 사회 다방면에서 건실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선배 '숙우'(학사 출신 선배)들과의 수직적 인적네트워크도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

서울 유학이 쉽지 않은 가정형편의 학생들에겐 재경학숙은 개천에서 용이 나게 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월 15만원의 학사비(식비 포함)로 청운의 꿈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사 자치회장을 맡고 있는 정재영(숙명여대 3학년) 학생은 "서울시내에서 원룸을 구할 경우 최소 월 4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사가 고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학숙의 또 다른 자랑은 고향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하는 주변 조경이다. 학숙 내외에는 강원도의 상징인 철쭉나무가 풍성하게 심어져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1월 강원미래인재인증서 수여식에서 "선진국들이 사람에게 먼저 투자를 하는 이유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회수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라며 "강원도 역시 이러한 철학에서 미래인재들에게 투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재경 광역자치단체 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일상은 어떨까.

재경 학사 가운데 최신설비를 자랑하고 있는 충북학사를 이날 저녁 찾았다.

연세대 3학년인 신정순 학생은 "객지생활을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을 안심시켜드릴 수 있다는 점이 학사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홍성아 숙명여대(4학년) 학생은 같은 고향 출신 선후배들과 서울'학교 생활의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학사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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