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이방인 "NO" 민간홍보대사 "OK"

체전 외국인봉사단 '만남 인터내셔널'

제93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이 열린 11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외국인들이 화려한 공연 등을 관람하며
제93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이 열린 11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외국인들이 화려한 공연 등을 관람하며 '컬러풀 대구'를 외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의 이방인이 아닌 시민으로서 '민간대사'가 되어 전국체전 홍보에 앞장서겠습니다."

11일 막을 올린 '제93회 대구 전국체육대회' 홍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외국인들이 화제다. 주인공은 대구 전국체전 외국인 서포터스 '(사)만남 인터내셔널' 회원들이다. 이 단체는 이달 9일 전국체전 성공 개최 기원 '김광석 추억 콘서트'를 시작으로 외국인 서포터스단 닻을 올렸다.

◆6천600명의 '대구 홍보대사'

만남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 미국과 중국, 파키스탄, 네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로 구성된 대구경북지역 외국인 자원봉사단이다. 1년 전 10여 명의 한국인들로만 시작된 자원봉사단은 6천600명의 외국인이 모인 거대 단체가 됐다.

지난 1월 현재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3만1천232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2%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이방인이 아닌 지역주민으로서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모임을 결성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회원 확보에 주력했고 올해부터는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 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첫 삽을 뜬 곳은 '제93회 대구전국체육대회'. 만남 인터내셔널 회원 100여 명은 대회 기간 동안 각 경기 응원과 거리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응원 사진이나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대구 전국체전을 세계에도 널리 알리고 있다. 외국인 한 명 한 명이 대구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들은 모든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일도 잠시 접어두고 나올 만큼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네팔 전통 의상을 판매하는 구마르 조시(40'네팔'중구 대봉동) 씨는 "전국체전 개막식에 꼭 참여하고 싶어서 종업원에게 가게를 맡겼다"고 했다.

이들의 열정은 한국인에 대한 '고마움'에서 나왔다. 대구에 거주하면서 한국인에게 받았던 도움에 대한 보답을 봉사활동으로 표현하겠다는 것. 대구에 거주한 지 8년째인 구마르 씨는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땐 막막했다. 한국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장사를 한다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늘 한국인들에게 받았던 따뜻한 도움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남아공에서 온 르네 판베익(41'여'북구 고성동) 씨는 3년 전 아들과 함께 대구로 왔다. 르네 씨는 "낯선 곳에서 아들과 단둘이 대구에서 외롭게 지내왔는데 만남을 통해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며 "전국체전에서 대구 시민들과 새로운 만남과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했다.

◆이웃이 되고픈 이방인

만남 인터내셔널 회원은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결혼이민자, 귀화자 등 다양한 직군의 외국인이다. 이 중 90%가 파키스탄, 네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다. 이들은 매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공장에서 일하지만 고단함도 잊은 채 전국체전에서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인들과 어울리려고 애를 쓰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고 했다. 전국체전 서포터스단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것.

네팔인 수바쓰 다기(44'달서구 월성동) 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어를 잘 못해 실수도 하고 힘든 일도 여러 번 겪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항상 그간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한국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이번 전국체전 서포터스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통역이나 응원으로 지역사회와 한층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고 했다.

파키스탄에서 온 무함마드 알람(31'달서구 용산동) 씨는 자율방범대 활동을 매주 한 차례씩 하고 있다. 그는 "자율방범을 하는 나를 보고 주민들이 '수고가 많다'고 말을 건넬 때면 이웃으로 대해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면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경기 응원을 하고 응원 사진과 영상을 찍어 파키스탄에 보내 대구를 홍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만남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 공헌활동에 참여하기 원하는 외국인들은 많지만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몇 개 있는 봉사단체도 종교단체에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이 스스로 봉사활동 정보를 찾는다는 것 역시 어렵다. 실제 외국인들은 만남 인터내셔널이 아니었다면 외국인 서포터스단 구성은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4월부터 4개월간 인터넷과 각 구'군 소식지를 통해 내'외국인 서포터스단을 모집했다. 하지만 당초 구성된 1만4천126명의 전국체전 서포터스단에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외국인이 한국 신문이나 뉴스, 한국 인터넷 매체를 접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서포터스단은 모집이 끝난 지난달 만남 인터내셔널이 참여 의사를 대구시에 전달해 구성됐다.

만남 인터내셔널 이재효 대표는 "외국인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인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면서 "앞으로 보육원과 양로원 방문, 거리 청소 캠페인 등 활동 범위를 넓혀 외국인과 한국인의 만남을 점차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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