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앞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확산일로다. 새누리당은 '대북 게이트'로 규정하며 당시 참여정부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색깔론 덧칠', '정치공세, 북풍'으로 폄하하며 맞서고 있다.
◆비밀 녹취록 존재하나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의혹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8일 국회 통일부 국감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비공개 녹취록'이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보관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정 의원은 "2007년 10월 3일 백화원초대소에서 오후 2시 40분쯤 시작된 정상회담이 오후 3시쯤에 단독회담으로 바뀌었다"며 "당시 회담 내용은 녹음됐고 북한 통일전선부는 녹취된 대화록이 비밀 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의 주장대로 비공개 회담, 합의 여부 및 비공개 녹취록 존재 여부가 이 논란의 최대 쟁점인 셈이다.
11일 '민주당 정부의 영토주권 포기 등 대북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첫 회의를 연 새누리당은 자체 진상 규명 활동에 들어갔다. 특위 송강호 위원장은 12일 "대한민국 정치를 함께하는 민주당이 '정치공세다. 북풍이다'고 하지 말고 떳떳하다면 국정조사에 나와서 명명백백하게 국민에게 밝혀야 할 것"이라면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화록 내용과 작성 경위와 노 전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 대규모 대북지원 관련 논의 의혹 전반, 남북관계 전반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12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이 문제와 관련해 '신(新)북풍'이라고 물타기하고 있다"며 "허위날조라고 뒤집어씌우지 말고 당당히 국조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정 의원이 '비밀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해놓고선 비밀 단독회담 녹취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갑작스레 '남북정상 대화록'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고 반박했다. 처음엔 '단독회담', '비밀합의사항', '비선라인' 등의 단어를 동원해서 마치 불법적이고 음모적인 대북 뒷거래가 있는 듯 떠들다가 인제 와서 비밀회담이 아니라 정상회담 내용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발뺌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선 10일 당시 정상회담장에 배석했던 민주당 측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단독 회담도, 비밀 합의도 없었으며 '비밀 녹취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었다.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
이 같은 여야의 진실공방은 '북풍' 논란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새누리당이 역대 대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북풍 조작을 통해 민심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가의 근간인 안보의 기본 틀을 흔드는 사안에 대해서는 당리당략을 떠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야권 대선 후보 연대라는 큰 산을 마주하는 새누리당은 국민의 안보불안 심리가 작동할 경우 향후 대선 국면에서 역전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도를 넘은 대북 퍼주기가 있었고 그에 대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차기 대권주자의 안보관을 검증하는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은 식상한 북풍 논쟁이 오히려 새누리당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북풍으로 선거국면에서 재미를 볼 수 있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며 "새누리당이 북풍 공세를 강화할 경우 공수부대 출신인 문재인 후보와 여성후보인 박근혜 가운데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욱진'유광준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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