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나의 학창시절'.
직장인 임미소(31'여) 씨는 최근 1990년대 시절로 돌아갔다. 케이블에서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본 뒤 자신의 학창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그 시절 먹었던 간식거리들을 주문해 먹고, 당시 즐겨봤던 만화책도 구입해 다시 읽었다.
임 씨는 "요즘에는 주변 친구들과 모이면 온통 학창시절 좋아했던 연예인과 그 시절 자주 찾았던 곳에 대한 얘기가 많다"며 "순순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일에 치이는 현실을 잠시나마 위안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구매력을 가진 20, 30대들을 대상으로 1990년대를 테마로 한 마케팅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올 초 1990년대 학번의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에 이어 1세대 아이돌 팬덤과 이성의 만남을 다룬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흥행 돌풍이 일으키며 2030세대에게 19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모바일 콘텐츠도 1990년대가 대세
최근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는 19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인 호핀에서는 건축학개론이 출시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영화' 카테고리에서 판매순위 9위에 랭크돼 있고 '응답하라 1997'은 'TV 프로그램-케이블/종편' 카테고리 내에서 판매순위 1위를 기록 중이다.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T스토어에서도 추억의 게임이 인기를 끌며 다운로드 수가 급증하고 있다. 보드게임 브루마블을 스마트폰으로 구현한 게임 앱 '브루마블 2012'와 과거 오락실 게임의 대명사였던 '팩맨', 닌텐도의 게임보이 등 휴대용 콘솔게임기로 즐기던 '모바일보이' 등이 대표적이다. 모바일보이는 다운로드 수가 15만 회를 넘어섰다.
온라인 음악서비스인 멜론에서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삽입음악이 음악순위차트를 평정했다.
'응답하라 1997'의 남녀 주인공을 맡은 서인국과 정은지의 리메이크 듀엣곡 '올포유(All for you)'의 경우 9월말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제치고 실시간 음악차트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드라마에 등장한 1990년대 인기음악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도 리메이크곡 유행에 힘을 실으면서 멜론은 이러한 음원 콘텐츠만 별도로 모아 제공하는 섹션을 열었다.
◆'응답하라 1997' 마케팅
1997년 당시 H.O.T.와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 팬덤의 이야기와 함께 고등학교 시절 이성교제를 소재로 20~30대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응답하라 1997'과 접목한 상품도 나오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는 2030을 대상으로 한 1990년대 스타일 추억여행 '응답하라1997 스페셜투어' 상품을 내놓았다. 특히 '짝'을 콘셉트로 한 티몬의 이번 복고풍 여행 상품은 1990년대 히트 음악과 골목길투어, 음악다방, 단체미팅 등 이색코스로 준비돼 있다.
투어는 대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루 일정으로 짜인 이 투어는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하는 고객들에게는 버스 안에는 H.O.T.의 캔디, 젝키의 폼생폼사 등 1990년대 히트작 뮤직비디오를 방영하고 초등학교 앞에서 접할 수 있을 것 같은 불량식품 간식도 제공한다.
대구에서는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문화해설사와 함께 대구 골목길 투어도 즐길 수 있다. 또 쎄라비 음악다방에서 투어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1990년식 단체 미팅과 레크리에이션을 갖는다. LP판의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고 추억의 사연을 엽서에 써볼 수도 있다.
◆추억 돋는 불량식품과 만화책
초등학교 때 즐겨 먹던 추억의 불량식품도 인기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추억의 불량 식품인 쫄쫄이, 꾀돌이, 쫀득이, 아폴로 등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었다. 티몬에서도 판매된 옛날과자 딜을 진행해 한번에 1만 장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또 최근 7월까지 진행된 딜은 총 3만7천710장이 판매됐고, 총 누적 판매액도 6천500만원 이상이다.
만화책도 복고 바람을 타고 예전에 발간된 책들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드래곤볼, 명탐정 코난, 소년탐정 김전일 등 1990년대 인기 만화 역시 소셜커머스에서 큰 인기다. 티몬에서 판매된 서울문화사 명작만화 32선 딜은 일주일 만에 700명 이상이 구매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과 영화 등 대중문화를 통해 2030세대에게 1990년대 열풍이 불면서 복고 상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들 2030세대가 소비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만큼 업계는 앞으로도 이들의 취향을 잡는 마케팅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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