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고문기술자였다" 캄보디아서 온 반성문…『자백의 대가』

자백의 대가/ 티에리 크루벨리에 지음/ 전혜영 옮김/ 글항아리 펴냄.

크메르 루즈는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며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캄보디아를 통치했던 공산주의 단체다. 크메르 루즈의 지도자였던 폴 포트는 공산주의와 집단농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강제노동시키고 학살했다.

두크(본명은 깡 켁 이우)는 폴 포트 정권의 고문 및 사형 책임자였다. 수학교사였던 그는 민주 캄보디아를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크메르 루즈에 가담했고, 뚤슬렝 S-21 감옥에서 1만2천 명을 죽였다.

이 책 '자백의 대가'는 두크라는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과 정신세계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편의 다큐멘터리다. 수학 교사였던 그는 크메르 루즈 정권의 고문 및 자백 기술자가 되어, 잔혹한 고문을 가해 자백을 받아낸 뒤 형장으로 보냈다. 그렇게 1만2천 명을 죽였고, 자신의 매부 2명도 처형했다. 뚤슬렝 S-21 감옥에서 죽은 어린아이만 해도 700명이 넘었다.

우리가 흔히 '킬링필드'라고 알고 있는 '쯔엉 엑'은 뚤슬렝 S-21 감옥 수감자를 끌어내 사형시키던 처형장이었다. 감옥에서 트럭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었던 '킬링필드'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파여 있었고, 죄수들은 수갑을 찬 채 그 앞에 꿇어앉아 죽음을 맞이했다.

크메르 루즈가 쇠퇴기에 이르자 두크는 외국으로 건너가 살았다. 그리고 붙잡혀 캄보디아 감옥에 수감되었고, 2009년 3월 국제재판소 법정에 섰다.

두크는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부모님과 식구들, 제 조국의 국민을 자유롭게 한다는 명분으로 혁명군에 가담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제 조국은 참담한 비극을 겪어야 했고, 1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정의를 믿는 한 사람으로서 제가 몸담았던 캄푸치아 공산당이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을 제공했음을 인정합니다. (중략) 저는 혁명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고,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엔 혁명 세력이 세운 정권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군요. 제가 1만2천 명을 죽이는 데 함께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부끄럽습니다."

책은 유토피아적 이상을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반인륜적인 행동마저 정당화시킨 크메르 루즈의 대학살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정의로운 일이라고 굳건히 믿었던 한 인간의 불행한 개인사를 세밀한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전달한다. 532쪽, 2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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