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4년 9월 3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전체를 뒤흔드는 큰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건물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깨져 길가에 나뒹구는 등 거리는 온통 난장판이었다. 훗날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이 운영하는 '니트로글리세린 실험실'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이 사고로 노벨의 동생 에밀과 일꾼 등 5명이 죽었다. 다행히 노벨은 실험실에 있지 않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당시 노벨은 화약 대용으로 사용하던 액체 니트로글리세린이 충격, 열에 약해 사고가 끊이지 않은 점에 주목, 이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었다. 이 사고로 그는 큰 상처를 받았고 주위에서 무모한 실험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으며 가족들조차 비웃었다. 노벨은 이에 굴하지 않고 실험을 계속했지만 그 후에도 크고 작은 폭발 사고가 잇따랐다. 그는 1867년 니트로글리세린에 규조토를 혼합해 충격에 비교적 안정적인 고체 화약을 발명했는데 그것이 바로 다이너마이트다.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실험이 없었더라면 노벨상이라는 인류 최고의 상이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화학 분야는 물질의 성질, 구조와 그 변화를 다루는 것이기에 실험은 필수적이다. 화학자 대부분은 냄새 나고 용기와 기구가 빽빽하게 진열된, 복잡한 실험실에서 하루를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화학과 교수의 퇴임을 앞두고 제자들이 함께 출간한 책을 보면 화학에 대한 열정, 실험실에서의 에피소드, 스승과 제자의 애정 어린 관계 등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화학실험실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곳이라는 얘기였다. 실험실에서 떨어져 다쳤다거나 눈과 손에 화상을 입고, 불이 날 뻔한 에피소드 등이 들어 있었다. 화학실험실에서도 학생들의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다는 반성 어린 고백도 있다.
11일 새벽 포항의 포스텍(포항공대) 화공실험동에서 화재가 났다. 인명 피해가 없는 작은 사고였는데도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가슴부터 쓸어내렸다. 얼마 전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아직도 사고 후유증에 신음하고 있는 구미의 불산 누출 사고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박승호 포항시장도 새벽에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는 "화재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놀랐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할 정도였다. 연구도 중요하지만, 안전의 생활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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