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치아충전재의 역사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는 말이 있다. 봄비는 내릴수록 따뜻해지지만 가을비는 내릴수록 추워진다고 한다. 조만간 가을비가 내리면 단풍은 더 화려해지고 날씨는 더 추워질 것이다. 직장인 3명 중 2명은 가을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왠지 우울해지고 기운이 빠지는 증상이라 한다. 아마도 가을이 되면 자연은 가뭄과 태풍을 견디어 내고 고난의 시간을 결실로 보답하는데 우리네는 연초 거창한 계획에 비해 결실이 너무 작을 것 같아 가을을 더 타는 것 같다.

치과 치료를 하다 보면 하루 중에 가장 많이 하는 치료가 충치 치료이다. 충치가 있으면 그 부위를 제거하고 메우는 충전술을 하게 되는데 메우는 재료가 다양하다 보니 환자들에게 설명을 해도 혼란스러워하거나 재료 결정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음식물을 씹는 기능을 주로 하는 어금니 부위에는 아말감이나 금합금의 금속성 재료를 설명하고 대인관계에서 잘 보이는 앞니 부위는 심미성이 강조되는 치아색 재료를 설명하고는 한다. 최근에는 치아색 재료도 물리적 성질이 많이 개량돼 거의 금속재료와 유사한 강도를 가져서 어금니 치료에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치아충전재의 역사는 중세 유럽에서도 발견된다. 당시에는 충치로 인한 구멍을 충전하기 위해서 수지나 밀랍 등이 주로 쓰였다. 그리고 1450년부터는 금막기술이 등장했고, 은과 수은을 혼합해서 만든 아말감은 1895년부터 일반화됐다.

최근 이보다 훨씬 전에 고대 인류의 치아 충전 흔적이 발견돼 흥미를 끈다. 슬로베니아에서 발견된 6천500년 전 인류의 치아와 턱뼈에서 충치를 충전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밀랍이 발견돼 여러 과학지에 실렸다.

발견된 치아에 방사선 엑스레이 검사를 실시해보니 치아 내부에 밀랍이 충전돼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살았을 때 충전을 했다면 치아에 생긴 파절(부서지고 깨진 것)로 인한 통증과 시림을 줄이기 위해 시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또한 연구팀은 고대 인류에게 최고의 치아 충전재료는 밀랍이고 이번에 발견된 밀랍이 가장 오래된 치과 치료의 증거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고대 인류도 현재처럼 충치나 치아에 생긴 잔금 등으로 통증과 시린 증상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아를 충전할 방법을 고민했을 것이고,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해 봤을 것이다. 그런 뒤 밀랍이 고대 인류에게 최상의 치아 충전재료로 선택되었을 것이다. 고대 인류의 치아를 치료한 사람도 오늘의 나처럼 어떤 재료를 권하는 것이 최상일지 많은 고민을 했을까?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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