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폐결핵

아버지가 폐결핵이면 딸도?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아온 최인혁(가명'51) 씨. 3주 정도 기침이 있고, 혈당이 자꾸 올라가 병원에 가보니 폐결핵에 걸린 것으로 진단돼 지금까지 결핵약을 먹고 있다. 당뇨병 탓에 면역력이 떨어져 폐결핵에 걸린 것. 처음 진단받았을 때 가족들도 반드시 접촉자 검진을 받아야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뤘다.

그런데 2개월이 지났을 무렵 고등학생 딸의 가래에 피가 약간 섞여 나왔다. 검사 결과 역시 폐결핵에 걸린 것으로 진단받아 결국 한동안 약을 먹게 됐다. 접촉자 검진을 소홀히 해 생긴 현상이다. 결핵이 발병하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접촉자 검진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결핵 환자 한 명이 20명 전염시켜

결핵균은 주로 공기를 통해 사람끼리 전파된다. 전염성이 있는 폐결핵 환자가 말을 하거나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아주 미세한 침방울 형태로 환자의 몸 밖에 나오게 된다. 침방울의 크기는 매우 작아 몸 밖에 나오자마자 수분은 곧 증발하고, 결핵균만 공중에 떠돌다가 주위 사람들이 숨을 마실 때 폐 속으로 들어가 감염이 이뤄진다.

결핵균을 배출하는 활동성 폐결핵 환자 한 사람이 진단 후 치료를 받을 때까지 다른 사람 약 20명에게 전염시킨다. 환자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 대부분이 전염된다. 가족간 전염력은 25~30% 정도이며, 어린 아이는 훨씬 더 높다.

전염된 사람이 모두 결핵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염된 사람의 90%는 건강하게 생활한다. 하지만 약 10%는 결핵 환자가 된다. 고령,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 만성 신장질환, 장기간 스테로이드 복용, 항암 치료 등으로 면역이 약해지면 몸 속에 잠복 중이던 결핵균이 다시 활발해져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하게 된다.

◆잠복결핵 환자 1천500만 명

우리나라 국민의 35%(1천500만 명)는 이미 몸 속에 결핵균을 갖고 있다. 이를 '잠복결핵 환자'라고 한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비율이 높아지고, 50대 이상은 60%에 이른다. 잠복결핵은 아직 발병되지는 않았지만, 몸 속에 결핵균이 있어서 상황에 따라 언제든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상태다.

치료에는 3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먼저 ▷폐결핵으로 진단된 환자를 잘 치료하고 ▷이 환자로부터 결핵이 전염된 사람을 빨리 찾아내 조기 치료하며 ▷환자와 접촉한 사람 중 폐결핵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찾아내 예방 치료하는 것이다.

활동성 폐결핵 환자가 발견되면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친밀하게 접촉하는 사람(주로 가족)을 대상으로 감염 및 발병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접촉자 검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잘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접촉자 검진 과정은 먼저 흉부 X-선 촬영과 진찰을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만약 결핵이 의심되면 가래 검사를 추가해 활동성 폐결핵 여부를 확인한다. 활동성 폐결핵으로 진단되면 최소한 6개월 이상 결핵약을 복용해야 한다.

◆잠복결핵도 필요에 따라 치료해야

흉부 X-선과 진찰상 정상이라면 잠복결핵 여부를 평가한다. 투베르쿨린 반응검사와 혈액검사(인터페론 검사)로 확인한다.

잠복결핵 환자의 예방 치료는 약제의 종류에 따라 한 가지 약제를 사용할 경우 4개월 또는 9개월간 복용하며, 두 가지 약제를 병용할 경우 3개월간 치료한다.

잠복결핵 환자로 판명되고 ▷규폐증 ▷당뇨병 ▷만성 신부전 ▷35세 미만 ▷최근 2년 이내 결핵 감염이 확인된 사람 ▷장기이식으로 면역 억제제를 복용 중이거나 복용 예정인 환자 ▷학교'군대'요양시설'교정시설 등 집단생활 시설에서 전염성 결핵 발병이 확인된 경우 ▷TNF 제제(류마티스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제)를 사용하거나 사용 예정인 환자라면 반드시 예방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도움말 =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신경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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