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단상] 꽉 찬 알맹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말이 안 나온다." 또는 "기가 막힌다."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나의 어려움을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고 내가 겪는 고통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가슴이 답답할 때도 있다. 장애인 하면 흔히 육체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속에 미움, 편견, 이기심, 탐욕이 가득 차 있는 사람 또한 영적인 장애인이다. 우리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을 많이 해야 한다.

인간은 관계의 존재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 이웃, 자연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현대의 기계문명과 산업사회는 인간을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살도록 몰아가고 있다. 현대인들은 바쁘게 살아가면서 이웃과 단절된 채 고독하게 지낸다. 이 고독에서 벗어나려면 참된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다. 이같이 서로 관계를 갖다 보면 속이 꽉 찬 사람과 겉으로만 대하는 두 부류의 사람을 만난다. 어떤 만남이 좋은지는 자명하다. 전자는 오랜 관계를 지속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맹이'와 '알갱이'에 대해 알아보자.

'알맹이'는 물건의 껍데기나 껍질을 벗기고 남은 속 부분, 사물의 핵심이 되는 중요한 부분을 뜻한다. "껍질은 버리고 알맹이만 홀랑 먹었다." "그 행사는 겉만 요란했지 알맹이는 별로 없었다."로 쓰인다. '알갱이'는 열매나 곡식 따위의 낟알, 작고 동그랗고 단단한 물질을 의미한다. "뇌는 부드러운 치즈와 같으며, 외형적인 모양으로 보면 큰 호두 알갱이같이 생겼다." "대강 돌아가는 형세는 이미 공기 속에 떠도는 그 무슨 납덩이 알갱이처럼 속속들이 피부로 느껴져 왔다."로 활용한다.

'알맹이' '알갱이'와 같이 '껍질'과 '껍데기'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뜻하며 "이 사과는 껍질이 너무 두껍다." "내 손바닥은 껍질이 벗겨져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로 쓰인다.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을 의미한다. "나는 굴 껍데기가 닥지닥지 달라붙은 바위를 짚고 내렸다." "속에 든 과자는 다 먹고 껍데기만 남았다."로 활용한다.

"말 없는 가르침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무위(無爲)가 얼마나 유익한지 아는 이가 세상에 지극히 드물다."며 몸으로 보여준 말 없는 가르침이 오래도록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고 노자는 도덕경에서 후세에게 가르치고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알맹이가 꽉 찼기 때문이다. 사람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속이 꽉 차고, 조용한 실천이 더 큰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병휘(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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