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법천지 불법 현수막]① 올해 수거 1t트럭 500대 넘을 듯

네거리·역사주변마다 펄럭…목좋은 대구시내 곳곳 몸살

대구시내 주요 네거리를 비롯한 도로 곳곳에 아파트 분양 불법 현수막이 마구잡이로 걸려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시내 주요 네거리를 비롯한 도로 곳곳에 아파트 분양 불법 현수막이 마구잡이로 걸려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불법 현수막이 대구시내를 뒤덮고 있다. 광고대행사들이 홍보 효과를 노리고 주요 네거리와 가로수 사이에 현수막을 마구잡이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현수막 수거에 나서는 기초자치단체 공무원들도 '끝이 없다'며 한숨을 짓고 있다. 관계 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면 되지만 광고대행사들이 콧방귀를 뀔 정도로 그 액수가 낮아 무용지물인 실정. 기초자치단체의 단속반이 현수막 제거에 나서는 시간대에 맞춰 현수막을 숨겨뒀다가 단속반이 사라지면 다시 내거는 숨바꼭질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섯 차례에 걸쳐 대구시내 불법 현수막 실태와 난무하는 원인, 취약한 단속 등 여러 문제를 짚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본다.

지난주 대구 달서구와 서구의 경계 지점인 두류네거리에는 20개가 넘는 현수막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선거철을 방불케 할 정도의 숫자였지만 현수막 내용은 하나같이 '××아파트 미분양 세일'이라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대구 동구 도시철도 1호선 각산역 주변도 10개 이상의 불법 현수막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아파트 분양 광고 현수막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을 지나던 이충구(63) 씨는 "주말이나 휴일이면 어김없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며 "대구시내 아파트 광고를 모두 모아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들어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드는 등 건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불법 현수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건설사 상당수가 홍보비용 부담이 적은 현수막을 홍보용으로 대량 제작해 대구시내 곳곳에 걸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지자체는 수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과태료 부과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그나마 있는 과태료 부과도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어서 불법 현수막 게시는 숙지지 않고 있다.

두류네거리를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은 대구시내 주요 네거리 경우 주말이면 불법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분류되는 도시철도 역사 주변도 마찬가지다. 대구도시철도 관계자는 "각 역사 주변마다 7개 정도, 많은 곳은 10개가 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많고 눈에 띄기 좋은 곳이라면 불법 현수막은 장소를 따지지 않는다. 이달 5일 앞산순환도로에서 앞산으로 통하는 육교에 붙은 불법 현수막을 본 김명섭(41'대구 달서구 도원동) 씨는 "'참 별 곳에 다 현수막을 거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현수막 내용은 역시 미분양 아파트 처리였다. 매일 이곳을 거쳐 출퇴근한다는 김 씨는 "앞산으로 통하는 육교 위에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어 봤더니 아파트 미분양 관련 내용이었다"며 "대구시내 곳곳에 아파트 분양 관련 현수막이 있어 외지인들이 보면 아파트 미분양 도시로 착각할 정도일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불법 현수막을 내거는 이들은 광고대행사. 광고대행사가 현수막 제작업체 여러 곳에 외주를 주기도 하고 개인 영업사원을 고용하기도 한다. 아파트 분양 홍보를 책임지는 광고대행사들이 현수막을 대거 제작해 대구시내 주요 목에 내건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올해 불법 현수막 수거실적이 지난해 13만 개보다 20% 늘어난 16만 개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t 트럭 500대가 넘는 분량으로 매일 1t 트럭 2대를 꽉 채워 불법 현수막을 수거해도 계속 내걸리고 있는 셈이다.

각 기초지자체도 올들어 불법 현수막이 확연히 늘었다며 몸서리치고 있다. 달서구청에 따르면 구청 단속반이 하루 평균 수거하는 불법 현수막은 200개가 넘는다. 대부분 미분양 아파트 분양 현수막들이다. 기초지자체는 현수막 지정게시대가 아닌 가로수 사이 등에 걸어놓은 불법 현수막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불법 현수막 개수에 상관없이 상한선이 500만원이어서 광고대행사들은 일시에 500개 이상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한다.

구청 단속반의 눈에 띄지 않도록 밤에 현수막을 내걸고 다음 날 새벽에 철거하는 방식은 고전이 됐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을 다는 사람들은 구청 단속반이 퇴근한 뒤에 현수막을 달았다가 이른 아침 단속에 나서기 전 다시 떼는 게릴라식으로 걸고 있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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