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추워지고, 피난생활이 장기화되면서 노인들 건강이 걱정입니다. 그러나 마을로 다시 돌아가 산다는 것은 이제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빠른 이주대책을 요구합니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 2차 피해지역인 구미 산동면 봉산'임천리 주민들의 피난생활이 10일째로 장기화되면서 노인들이 지쳐가는 등 주민 건강이 우려되고 있다.
14일 현재 봉산리 주민 109명은 구미시 환경자원화시설에, 임천리 주민 162명은 구미시 청소년수련원에서 각각 피난생활 중이다.
정부가 마을 주변 불산 오염도 측정 결과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주민들은 불산가스 공포로 스트레스와 피해의식이 확산되고, 토양오염 우려 등으로 더 이상 농사짓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만큼 마을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며 전면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봉산리 박찬욱(61) 씨는 "어머니(89)와 함께 피난생활 중인데, 수용소 같은 집단생활이 장기화되고 날까지 추워지면서 노인들이 지쳐가고 있어 걱정이다"며 "토양오염 우려 등으로 마을에서 더 이상 농사짓는 게 어렵다. 구미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의 조기 착수 등으로 주민들에게 이주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원수(61) 씨는 "내 집에 다시 들어가기가 겁나고, 불산 사고로 동네에 만정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성룡 씨는 "기력이 떨어진 탓인지 치매 증세가 더 심해지는 노인들이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천리 박종욱 주민대책위원장은 "피난생활이 길어지면서 갑자기 병원을 찾는 노인들도 생겨나는 등 노환으로 힘들어하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며 "농축산물에 대한 조속하고 합당한 보상과 이주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마을 서홍(56) 씨는 "빠르고 합당한 불산 피해보상과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 주민의 뜻"이라고 했다.
10일째 텅 빈 산동면 봉산'임천리 마을은 가축들이 외롭게 집을 지키고 있다. 인적이라고는 간혹 사료를 주기 위해 찾는 집주인과 현장조사를 하는 공무원들이 고작이다. 검고 누렇게 말라 죽은 농작물로 가득한 마을은 폐허처럼 황량하기만 하다.
구미는 최근 농축산물 판매 부진, 각종 행사 취소에 따른 경기 침체, 지역 이미지 실추 등 불산 사고에 따른 간접피해가 지역 전체로 확산되면서 피해주민 안정책 등 빠른 수습으로 안정 국면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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