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승기] 폭스바겐 '더 비틀'

獨 국민차의 3단변신…힘+연비 '두 토끼' 잡아

폭스바겐의 비틀은 1938년 첫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2천250만 대가 판매된 글로벌 국민차다.

'딱정벌레'차로 잘 알려진 비틀은 오랜 역사에 비해 전체적인 모델 변경은 세 번만 있었다.

1세대 모델은 '비틀', 2세대 모델은 '뉴 비틀'로 불렸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이달 8일부터 판매하고 있는 3세대 모델의 이름은 '더 비틀'이다.

더 비틀은 1998년 뉴 비틀이 출시된 이후 14년여 만에 탄생한 모델이다. 오랜 시간 뜸을 들인 만큼 2세대와 차별되는 사양을 갖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외관이다. 높이는 15㎜ 낮아졌고 폭은 90㎜가 넓어졌으며 길이는 150㎜ 길어졌다. 작고 귀여운 이미지가 상당 부분 사라지고 볼륨이 커진 것은 여성용 차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남성 고객까지 끌어안으려는 폭스바겐의 포석 때문이다.

엔진도 가솔린에서 디젤로 바뀌었다. 더 비틀은 140마력 2.0 TDI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 6단 DSG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출력 140마력, 최대 토크 32.6㎏'m를 갖추게 됐다. 최대 출력 115마력, 최대 토크 16.9㎏'m인 뉴 비틀과 대조된다. 그래서 더 비틀은 힘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비틀은 ℓ당 15.4㎞의 복합 연비를 자랑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9.5초에 불과할 정도로 파워도 좋다. 또 15개 LED로 구성된 데이타임 라이트가 포함된 원형의 바이제논 헤드램프, 파노라마 선루프, RNS 51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도 기본으로 장착됐다. 특히 RNS 51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3D 타입의 내비게이션과 30GB 하드디스크 및 SD카드 슬롯, CD & DVD 플레이어, 블루투스 등을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제공한다.

더 비틀은 전자식 주행 안정화 컨트롤(ESC) 장치와 시속 40㎞ 이하에서 차량 진행 방향을 비춰주는 코너링 라이트, 플랫 타이어 경고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장치들도 갖췄다. 초고강도 강판 등을 레이저 용접 기술로 이어 붙여 차체의 강성과 내구성도 높였다. 이 덕분에 더 비틀은 EURO NCAP이 지난해 실시한 충돌시험에서 최고 등급인 별점 5개를 획득해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실내 디자인은 고전과 모던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시계 모양의 둥근 계기판과 채널식 기기 조작 버튼이 고전적 스타일을 따랐다면 어깨를 감싸주는 가죽 시트와 광택 소재는 모던한 분위기를 풍긴다. 더 비틀을 꼼꼼히 살펴보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델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7단으로 구분되어 열렸다 닫히는 파노라마 선루프는 더욱 커져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에게도 확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차체가 커졌다고 하지만 뒷좌석은 여전히 좁다. 뒷좌석에 앉아 보니 앞좌석에 무릎이 닿아 운신의 폭이 작았다. 머리도 천장에 거의 닿을 듯했다. 투 도어라 뒷좌석에 타고 내리는 것도 불편하다. 또 실내 수납공간도 작다. 수납공간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수석 박스는 위'아래로 나뉘어 있다. 반면 차 크기에 비해 트렁크 용량은 비교적 넉넉하다. 폴딩 기능을 이용해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905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시승 코스는 황금네거리~앞산순환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 남대구IC~달성IC~달성산업단지~달성IC~서대구IC~신천대로~황금네거리로 잡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디젤 특유의 묵직함이 느껴졌다. 가솔린에 비해 초기 반응 속도는 느리지만 속도가 붙자 이내 탄력을 받아 무섭게 치고 나갔다. 더 비틀의 주행력은 고속도로에 올라가니 더욱 돋보였다. 순식간에 시속 140㎞를 너머 속도계가 시속 150㎞을 가리켰다. 오르막길이 나타났지만 가속 페달을 추가로 밟지 않아도 탄력을 이용해 무리 없이 치고 올라갔다. 작은 차에 최고 출력 140마력, 최대 토크 32.6㎏'m의 엔진을 달았으니 무리가 아니다 싶었다.

코너링도 안정적이었다. 시속 150㎞를 넘어서도 미세한 핸들 떨림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가 지면에 달라붙는 느낌이 들어 안정감이 있었다. 소음 상태도 양호했다. 디젤 엔진을 탑재했기 때문에 시끄러울 것 같았지만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 시에도 음악을 듣거나 대화를 나누는 데 지장이 없었다.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도 소음은 잘 잡은 느낌이었다. 더 비틀은 작지만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다. 주행 능력에서는 흠 잡을 곳이 없다. 속도를 즐기는 감성 세대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차다. 주행을 마친 뒤 트립 컴퓨터로 연비를 확인해 보니 14.6㎞가 찍혀 있었다. 시운전을 위해 과속을 한 점을 감안하면 실 연비와 차이가 없다.

비틀과 시장이 겹치는 모델은 BMW 미니 쿠퍼다. 그동안 비틀은 디자인과 이미지 때문에 여성들이 즐겨 탔다. 그러다 보니 개성 강한 남성들은 BMW 미니 쿠퍼 쪽으로 몰렸다.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중성적인 모습으로 다가온 더 비틀이 BMW 미니 쿠퍼에 맞서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더 비틀의 국내 판매 가격은 3천630만원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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