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프레임은 오히려 자유다

프레임은 한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향한 마인드 셋, 세상에 대한 은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포함되는 말이다. 마음을 비춰보는 창으로서의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도 한다.(최인철의 '프레임' 중에서)

약 한 달 동안 계속 내 머리 안에서 '프레임'이란 말이 맴돌고 있다. 프레임은 나의 현재를 규정하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규정하는 틀이다. 엄지와 검지로 네모난 틀을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면 네모난 틀에 풍경이 담긴다. 그 풍경은 나에 의해 선택된다. 가능하면 내가 원하지 않는 풍경은 담지 않으려는 것이 우리의 본질적인 욕망이다. 그 네모난 틀을 '프레임'이라 한다면 내가 만든 네모난 틀은 나를 가두는 굴레이기도 하다. 그처럼 프레임은 내가 보는 세상을 제한한다.

정책 개발자와 집행자들이 무조건 자신의 프레임을 강요하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연구학교나 시범학교 운영을 예로 들어보자. 정책이 지닌 프레임에 따라 1년 정도의 연구학교나 시범학교를 진행한 다음, 결과 보고회에 가면 신기한 일들이 벌어진다. 처음 시행한 정책임에도 보고회 프레젠테이션에는 정책이 지닌 장밋빛 효과와 멋진 성과들로만 가득하다.

물론 전문가들이 개발한 교육 정책에는 아름다운 철학이 존재할 게다. 하지만 이론으로 무장된 전문가들과 현장 실행가들의 거리만큼이나 보고회 발표 내용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1년 정도의 새로운 정책 수행으로 그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 흘린 현장 교사들의 땀만큼이나 문제점도 존재했을 게다. 보고회는 멋진 성과보다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새로운 정책이 지닌 부작용이 줄어든다. 새로운 정책을 적용할 때 1년 만에 아름다운 성과만 나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 아닐까? 정책 개발자나 집행자가 지녀야할 기본적인 사고다.

프레임과 비슷한 용어로 패러다임(Paradigm)이 있다. 패러다임은 특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을 의미한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대단히 거시적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 역사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반면에 프레임은 특정 사회로 제한되거나 개인적인 의미를 지닌다. 패러다임이 프레임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프레임이 패러다임을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면 가장 적절한 방법은 무엇일까? 패러다임의 변화를 파악한 다음, 내가 지닌 프레임이 패러다임에 어긋나지 않는가를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프레임에 갇히면 사고의 자유로움은 크게 제한된다. 교육에도 일정 부분 프레임이 필요하긴 하지만 교육이 프레임을 만들어가지 못하고 프레임이 교육을 지배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다양한 생각으로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다양한 길을 제시하는 선생님들을 정책 개발'실행자의 프레임에 무조건 갇히게 해서는 안 된다.

'손가락으로 만든 틀'의 가장 큰 의미는 역설적으로 자유로움에 있다. 이 틀은 이동이 자유롭다. 손가락으로 만든 네모난 틀을 옆으로 1㎝만 이동해도 프레임은 크게 달라진다. 네모난 틀을 원으로 바꾸는 일은 일종의 혁명이며 패러다임의 변화다. 교육활동에서의 혁명은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를 향하는 수많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은 혁명이 아니라 변화여야 한다. 네모난 틀을 옆으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그 틀 속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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