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robot)의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 보유한 능력으로 주어진 일을 자동으로 처리하거나 작동하는 기계다. 체코어의 '일한다'(robota)에서 유래한 말이다. 공상과학영화나 만화에서 흔히 등장하던 로봇은 어느새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로봇 태권V, 트랜스포머의 로봇들처럼 인간과 비슷한 모습에다 움직임까지 유사한 것은 아니더라도 로봇을 직접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로봇 팔을 이용해 각종 생산품을 조립하는 산업 현장이 대표적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창의력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교육 효과가 크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로봇대전, 로봇 경진 대회 등 각종 로봇 관련 대회가 열리고 로봇 교육을 한다는 사설 학원도 쉽게 눈에 띈다. 지자체나 과학 교육 관련 단체 등이 여는 과학체험전에서도 로봇은 빠지지 않는 아이템. 로봇 교육 현장을 찾아 로봇 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나는 미래의 로봇 과학자', 2012 KERIS 로봇캠프 현장
13일 찾은 경상공업고등학교 창작실습실. 초등학생들의 작은 손들이 바삐 움직이자 빨강, 파랑, 초록 등 다양한 빛깔의 부품들이 점차 하나의 형태를 갖춰 나갔다. 톱니바퀴와 모터가 나사들로 고정되고 전선으로 모터와 배터리를 연결하자 야구 연습장에서 볼 수 있는 피칭 로봇이 만들어졌다.
먼저 피칭 로봇을 만든 윤세웅(포항 유강초등학교 4학년) 군이 로봇의 팔 위에 탁구공을 올려 두고 리모컨을 누르니 팔이 탁구공을 튕겨냈다. 학생들 사이에선 '우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크기는 작았지만 피칭 로봇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아직 뼈대를 만든다고 땀을 빼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세웅이처럼 자기 것을 만들고 함께 온 친구를 돕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일찌감치 로봇을 완성한 세웅이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집에서도 로봇 조립을 여러 번 해본 적이 있어 만들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톱니바퀴를 끼우는 게 조금 힘들었지만요. 친구들과 함께 만드니 더 재미있어요."
이 프로그램은 지식경제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함께 주최하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주관한 '2012 KERIS 로봇캠프'. 13, 14일 이틀 동안 대구를 비롯한 전국 초등학교 3, 4학년 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아! 망했다!"며 만들던 로봇을 다시 분해하는 학생들을 돕는 진행 요원들 사이에는 정보원의 박철종'김보겸 연구원도 끼어 있었다. 이들은 학생들이 로봇을 만들다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다가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인데도 나이답지 않게 집중력이 대단해 기특합니다. 로봇의 원리를 설명할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막상 조립을 시작하니 한눈을 팔지 않네요."
로봇 제작자가 꿈인 윤우진(경기도 성남 송현초교 4학년) 군은 먼 길을 마다 않고 이 캠프에 참가했다. "내일 창작 로봇 경연 대회에 대한 기대가 커요.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 생각인데 꼭 상을 탔으면 좋겠어요."
'스마트 로봇을 활용한 창의성 신장'(Smart Robot! Creative Brain!)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캠프는 9월 초 접수를 하자마자 마감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27, 28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초교 5, 6학년 50명이 참가한 가운데 캠프를 한 번 더 연다.
정보원 스마트R&D본부 김진숙 본부장은 "로봇을 활용한 교육이 학생들의 창의력과 소통 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며 "로봇 캠프를 꾸준히 열어 로봇이 훌륭한 교육용 교재로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려나가겠다"고 했다.
◆'로봇 교육이 미래 밝힌다', 대구의 로봇 교육
로봇 산업은 대구가 지역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동력이라고 여기는 분야다. 산업계뿐만 아니라 대구 교육계에서도 로봇에 주목하면서 로봇 교육이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열쇠 중 하나라고 보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시과학교육원 발명교육센터는 교육과학기술부으로부터 3천만원을 지원받아 토요 로봇 창의교실을 운영 중이다. 7, 8월 진행한 1, 2기 프로그램 때는 지역 중학생 44명을 대상으로 로봇의 원리부터 로봇 운영 프로그램과 로봇 제작 실습 등을 익히도록 했고 현재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3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3일 찾은 발명교육센터에서는 초등학생 20여 명이 모여 앉아 로봇 제작에 여념이 없었다. 이달 6일에 이어 두 번째로 갖는 시간. 이미 모터와 센서 작동 원리, 로봇 조립법을 익혔고, 이날은 나눠 받은 부품을 이용해 교재 속 로봇 그림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 뒤 따라 만들었다. 투석기, 풍차, 자동차, 탱크 등 다양한 로봇이 하나하나 형태를 갖춰 나갔다.
이동현(용산초등학교 4학년) 군은 완성한 투석기 로봇이 리모컨으로 작동시켰을 때 자꾸 넘어지자 살짝 당황했다. 로봇 팔이 튕겨 오를 때 투석기가 앞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막아줄 받침대가 앞면 아래가 아니라 뒷면에 달렸기 때문. "교재 속 그림 중 투석기가 가장 멋있어 보여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그래도 도전한 것이니 끝을 봐야죠.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았으니까 제대로 다시 만들 수 있어요."
동현이와 같은 학교 6학년인 서창현 군은 로봇을 만드는 재미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다고 했다. "처음엔 어머니가 제게 묻지도 않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 신청을 해버려 오기 귀찮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루하지도 않고 제가 만든 로봇이 움직이는 걸 보니 정말 신기해요."
조일로봇고의 오윤조 교사는 같은 학교 이다슬 교사와 함께 학생들이 로봇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초등학생들이 4주 동안 토요일마다 5시간씩 집중해서 수업을 받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다들 열중하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봇을 통해 과학 분야를 친근하게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죠."
대구 교육계의 로봇 교육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교육청은 올해 교사들을 대상으로 로봇 수업 연수를 진행해 현재까지 모두 76명이 로봇의 역사와 전망 등 이론 교육부터 로봇 활용 프로그램 제작 교육까지 받았다. 대구교대 정보영재원에서도 로봇을 이용한 과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과학교육원 유호선 연구사는 "로봇은 전자정보 기술과 기계 기술이 융합된 것으로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 두 기술은 자연스레 따라 발전한다"며 "대구가 로봇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추진 등 로봇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로봇 교육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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