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사업을 하다 고령군 쌍림면 산당리 청계마을로 귀농한 부산 출신 박재관(67) 씨는 6년차 농부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게 서툴다. 가축 키우기도 그렇고, 마늘파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제일 잘하는 게 트랙터 운전이다. 하지만 박 씨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친형보다 더 잘 챙겨주고 가르쳐주는 한마을에 사는 김종길(69) 형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경상남도 합천군 야로면 청계2리 이장이다. 박 씨와 김 씨 집 사이에 있는 어른 발걸음으로 한걸음도 안 되는 도랑이 도경계인 탓이다. 청계2리는 20가구인데 고령군이 2가구고 합천군은 18가구다.
박 씨는 "우리 사이에 경남'북 구분은 아무 의미가 없다. 무슨 일을 해도 같이 하고, 모르는 것은 서로 묻고 상의한다. 이곳에 아무 연고도 없지만 전혀 남의 동네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나이가 많은 분들밖에 없어 힘들었는데 나보다 젊은 분이 들어오니까 오히려 고맙지. 너나 할 것 없이 일할 때면 품앗이하고. 동생네 마늘도 당연히 동네사람들이 품앗이로 심었다"고 했다. 김 씨는 30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마을이 워낙 외지고, 고령 쪽 주민이 적다 보니 고령주민들의 우편물 배달은 합천우체국이 맡아서 한다. 고령우체국에서 업무를 합천으로 위탁한 것이다.
박 씨의 부인 윤분식(59) 씨의 말은 도경계가 마을을 경남'북으로 나눌 수는 있지만, 인심을 가를 수는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사 오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새벽 1시쯤이었는데 문을 두드려 나가보니 제사음식을 가지고 왔는데, 마을사람으로 인정해 준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고령'이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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