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퇴직한 서모(59) 씨는 올 8월 증권사를 통해 웅진홀딩스의 기업어음(CP)를 매입했다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투자금 2억원을 잃을 처지가 됐다. 서 씨는 "금리가 높고 우량 기업들이 발행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투자했다가 예고도 없이 당했다. 마치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이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CP 발행액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미흡해 투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고의로 부실 CP를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5년 말 21조5천억원에 불과했던 CP 발행 잔액은 2007년 말 55조6천억원, 2009년 말 62조8천억원, 2010년 말 73조6천억원, 2011년 말 89조원, 올 7월 말 현재 113조9천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CP는 상거래를 전제로 발행되는 진성어음과 달리 상거래 없이 단기자금 조달 목적으로 기업이 발행하는 융통어음이다. CP 발행이 늘고 있는 이유는 간편한 절차 때문이다.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CP는 대표이사 직권으로 발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신용등급 B등급 이상이면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행이 가능하고 발행 규모나 만기 등을 따로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CP는 만기는 짧고 금리가 높아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올 7, 8월 발행된 웅진홀딩스 CP 금리는 연 5.4% 정도로 은행예금 금리보다 높았다.
CP가 별다른 제약 없이 발행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제도도 미흡하다 보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웅진홀딩스의 경우 올 7월 말 300억원, 8월 초 700억원의 CP를 발행한 뒤 지난달 말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LIG건설도 법정관리 신청 직전 1천800억원의 CP를 집중적으로 발행했고 충분한 투자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투자한 600여 명이 손실을 입었다.
이에 따라 웅진홀딩스를 비롯해 LIG건설 등은 상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CP를 발행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유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LIG그룹을 대상으로 CP 발행의 고의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LIG건설 등의 CP 피해자들도 인터넷 카페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는 CP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를 위해 CP 원스톱 조회 시스템 구축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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