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검찰이 밝힌 '최갑복 유치장 탈주 사건'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 씨 탈주 당시 과정과 행적을 재구성해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상천외하고 치밀하다. 경찰 조사 시 유치장 내부를 유심히 살펴 미리 환기창 등을 확인한 뒤 세 차례에 걸쳐 배식구를 통해 머리 및 가슴을 빼 보는 예행연습까지 한 것으로 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
유치장 CCTV 영상 캡처 사진들을 보면 최 씨는 탈주 사흘 전인 지난달 14일 오전 6시21분31초에 처음으로 머리를 배식구에 넣어보면서 배식구로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때 최 씨는 엎드린 상태에서 이불을 덮은 채 머리와 팔만 빼내 얼굴을 오른쪽으로 돌려 왼쪽 뺨이 땅에 닿는 자세로 배식구에 머리를 통과시키는 데 성공한다. 같은 시각 다른 CCTV에 잡힌 유치장 근무자 책상엔 근무 경찰관이 보이지 않는다. 5분 뒤쯤인 오전 6시26분13초에 2차 시도를 하는 모습도 CCTV에 잡혔다.
최 씨는 다음날인 15일 오전 5시25분엔 배식구로 머리 통과 후 가슴까지 빼내는 데 성공하는 장면이 포착됐지만 CCTV엔 이때도 근무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최 씨는 17일 오전 4시53분54초 주의를 살핀 뒤 근무자를 확인하고는 마침내 도주를 감행한다. 최 씨는 유치장 3호실에 함께 있던 유치인이 근무자에게 받아 사용하고 놔뒀던 연고를 가지고 있다가 오전 4시54분에서 4분 동안 머리와 몸, 배식구에 골고루 바르고는 오전 4시59분52초 옆으로 누운 상태로 머리부터 배식구에 집어넣는다. 이때 최 씨의 잠자리는 베개를 모포 속에 넣는 방법으로 마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것처럼 감쪽같이 위장돼 있다.
머리를 배식구에 집어넣어 뺀 뒤 상체까지 흔들어 밀어 넣는 방법으로 2분 뒤쯤 상반신, 오전 5시2분24초 마침내 배식구를 통해 완전히 유치장 밖으로 빠져나온 최 씨는 기는 모습이 아닌 허리를 굽혀 상체를 숙인 채 환기창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간다.
그리고 오전 5시2분42초 폴짝 뛰어올라 한 번에 2m 높이의 환기창에 매달린 뒤 탈출하는 모습이 면회실 벽 너머로 살짝 보이고는 결국 13.5㎝ 간격의 창살을 벌리고 머리부터 밀어 넣은 뒤 유치장 건물 밖으로 빠져나간다. 탈주 시도 8분 만의 탈출이었다. 탈주 당시 유치장 바깥은 태풍 산바로 폭우와 강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유치장을 나온 최 씨는 오전 5시5분쯤 경찰서 외벽을 타고 경찰서를 빠져나간 뒤 달아났지만 길을 잃어 헤매다 다시 동부경찰서 1.2㎞ 지점까지 돌아왔고 승용차를 훔쳐 동대구IC를 통해 대구를 벗어난다.
청도에 도착한 최 씨는 훔친 돈으로 편의점에서 담배와 음식 등을 구입하고 훔친 신용카드로 기름을 넣은 뒤 이동, 17일 오후 11시37분쯤 청도읍 한 식당 앞에 차를 버리고 철마산을 넘어 직선거리 9㎞를 이틀에 걸쳐 밀양으로 이동한다.
최 씨는 20일 오전 7시50분쯤 밀양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다시 산을 타고 4.9㎞ 떨어진 산속 외딴 집에서 은신하다 2.97㎞ 떨어진 고추 농막에 가서 2시간 동안 머물며 라면을 끓여 먹고 흉기와 비옷 등을 훔친다. 그리고 22일 오후 4시50분 밀양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탈주 6일 만에 붙잡혀 탈주극을 마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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