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 선수는 왜 두번 나오지" 쌍둥이의 애환

심인고 김성원·성민 형제, 탁구 입문 후 줄곧 한 팀

제93회 전국체전 탁구 남고부 단체전 결승에서 경기 화홍고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낸 대구 심인고 김성원(형
제93회 전국체전 탁구 남고부 단체전 결승에서 경기 화홍고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낸 대구 심인고 김성원(형'왼쪽)'성민 쌍둥이 형제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저 선수는 단식 경기를 왜 두 번이나 하지?"

16일 오전 대구 성명초등학교 체육관. 제93회 전국체육대회 탁구 남자 고등부 단체전 결승이 열린 이곳에서 대구 심인고 김성원이 여섯 번째 경기인 단식 주자로 나서자 몇몇 관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앞선 단식에서 쌍둥이 동생인 김성민이 경기를 해 꼭 닮은 외모 때문에 헷갈린 탓이다.

이날 결승에서 김성원과 김성민은 세 번째, 여섯 번째 단식에 각각 출전해 승리를 거뒀다. 외모는 물론 실력도 비슷한 쌍둥이 형제는 경기 화홍고를 4대2로 꺾고 우승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경남 창원 출신인 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탁구채를 잡았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탁구 선생님이 "탁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어머니 배문숙(45) 씨에게 권했다. 본격적으로 탁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다. 배 씨는 "운동을 하면 많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고민했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기가 즐거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허락했는데 결정을 잘 내린 것 같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탁구에 흥미를 느끼자마자 형제는 집을 떠나야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창원 반림중에서 대구 심인중으로 '탁구 전학'을 왔기 때문. 그 뒤 심인고로 진학했고 강도 높은 훈련 탓에 쌍둥이 형제는 두 달에 한 번씩 가족을 만나러 집에 갔다.

형 김성원은 "운동을 하면 주로 합숙 생활을 하니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다. 지금 고3인데 졸업을 앞두고 단체전 우승을 해서 정말 기쁘다. 이게 다 점심도 거르고 열심히 응원해준 우리 학교 친구들 덕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지금까지 '탁구 인생'을 줄곧 함께해 온 이들은 내년 대학생이 되면서 다른 살림을 살게 됐다. 내년 김성원은 인하대학교 체육교육과로, 김성민은 수원시청에 입단해 각자 선수의 길을 걷는다.

심인고 이재용 감독은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했지만 성원이와 성민이가 단식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탁구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