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부터 4년간의 가뭄, 2000년대 태풍과 집중호우….'
영덕군은 지독한 자연재해에 시달렸다. 물로 인한 고통을 여러 차례 겪어온 영덕군은 댐 건설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2008년 국토해양부에 수자원 개발 관련 정책 수립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경상북도 역시 영덕군 달산면에 댐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정부 추경예산에 댐 건설을 위한 기본조사 및 실시설계비 20억원을 반영해줄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달산댐은 2009년 본격 찬반논쟁을 겪으며, 반대→찬성→추진→주민설명회 개최→취소→찬반논쟁 순으로 3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댐이 필요하지만…
영덕군은 빈번한 자연재해를 겪으며 댐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달산댐(11만t)처럼 대용량이 아닌 1천t급의 소규모 댐 2개 정도가 필요했다. 재정이 열악한 영덕군은 정부에 소규모 댐 건설을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거절당했다. 대신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주변 지역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댐 건설을 제의했다. 영덕군 재정으로는 소규모 댐조차 짓기 벅차고, 댐을 짓자니 정부에서 대규모 댐을 지으라고 하고, 안 짓자니 가뭄은 심해지고, 사면초가에 빠진 군은 정부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영덕군에는 환경파괴와 주민피해를 우려한 반대 의견과 지역경기 활성화와 물부족 해결이 가능하다는 찬성 의견이 팽팽히 맞서기 시작했다.
◆댐 건설 왜 반대하나
영덕군과 달산면민을 제외한 많은 주민은 지역경기 활성화와 농업용수 확보를 기대하며 찬성 입장에 서 있다.
달산면민과 영덕군의회는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고, 강석호 국회의원은 반대쪽에 가깝게 서 있다. 반대의 이유로는 ▷안개로 인한 농작물 피해 ▷옥계계곡 수몰 ▷달산면 폐쇄 ▷댐으로 인한 교통불편 ▷수몰지역민들의 피해 등이다.
달산댐반대대책위원회 측은 "댐 건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 땅을 수장시키고, 전국적 관광명소인 옥계계곡을 파괴할 것이다. 무엇보다 달산댐이 완공되면 포항으로 공업용수 8만여t이 흘러가게 되는데, 왜 군민의 고통을 담보로 인접 도시에 물을 보내주느냐"고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농작물 피해나 옥계계곡 수몰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포항으로 공급되는 공업용수 역시 어차피 바다로 흘러가는 유지수를 활용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덕만의 문제가 아니다
달산댐이 무산되면 포항이 야심 차게 진행하는 블루밸리 사업과 포스코 공장 확장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포항시와 포스코 등은 달산댐 건설 차질에 대비해 포항시 하수 재이용 사업과 회사 자체 물 재활용 등을 통해 공업용수 확보를 자신하고 있지만, 내심 불안한 모습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블루밸리와 포항지역 기존공단 확장 등을 위해서는 댐을 통한 공업용수 확보가 시급하다. 하수 재이용과 물 재활용 등의 방법은 안정적이지 못하고 아무래도 차선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2015년 달산댐이 건설되면 포항블루밸리 1단계 사업에 1만t의 공업용수를 우선 공급받고, 분양 추이에 따라 2단계 사업에 추가로 3만t을 받을 예정이다. 또 포항지역 기존공단 확장 및 신설공단이 들어서면 하루 10만t의 공업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포항공단 확장과 블루밸리 등이 모두 조성되는 2025년이 되면 하루 평균 18.7만t의 물이 포항지역에 부족하게 될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달산댐(8만t)과 하수 재이용 사업(10만t)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영덕군의 답답한 속내
영덕군민들이 달산댐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포항에 대한 서운함이다.
실제 많은 영덕군민은 군민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달산댐의 물이 포항으로 가는 데 대해 불편해하고 있다. 포항이 지자체 규모 면에서 보면 '큰형'인데, 매번 영덕에서 얻어가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영덕군민이 포항의 화장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40만원(포항시민 5만원)을 내야 하는데, 영덕군이 수차례에 걸쳐 화장장 이용료에 대한 배려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김병목 영덕군수는 "재정이 탄탄한 울진은 원전지원금으로 지역민들의 화장비를 보조해줄 수 있지만 영덕은 그렇지 못하다"며 "포항이 그간 영덕의 어려움에 대해 약간의 배려만 있었더라도 달산댐을 반대하며 포항지역을 거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포항에 달산댐이 필요하다면, 영덕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달산댐이 들어서는 지역의 땅이 외지인 소유가 많다는 점도 영덕군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박기조 영덕군의회 의장은 "농사만 짓는 지역민들이 댐이 들어오는지, 댐이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알겠느냐"며 "수자원공사가 충분히 보상해준다고 하지만 그 돈은 영덕군민이 아닌 외지인들의 것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영덕군의회는 달산댐 건설이 탄력받기 위해서는 수몰지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다양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은 뭘 하나
지난 7월 31일 달산댐 건설 주민설명회를 이틀 앞둔 시점에 돌연 취소 공고가 떴다. 그 배경에는 댐 건설 소관위원회인 국토해양위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호 의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영덕군은 파악하고 있다.
달산댐 찬성 주민 측은 "국토부가 '강 의원의 주장대로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 기간을 더 갖겠다'는 취지에서 주민설명회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말이 안 된다. 3년 동안 지루하게 찬반논쟁이 이어져 왔는데, 그간 강 의원은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소관위원회 간사와 협의도 없이 주민설명회를 하려 했던 수자원공사도 문제다"고 말했다.
영덕군 한 관계자는 "강 의원이 댐 건설에 대해 '주민의견 수렴'만 내세우지 말고 명쾌한 입장정리를 해줘야 한다. 달산댐이 안 될 것 같으면 지역의 물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내놓아 할 것이고, 건설할 것이라면 수몰 지역민들의 생계대책 마련과 댐을 연계한 지역발전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 측은 "달산댐 건설은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가장 중요하다. 주민들의 뜻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영덕'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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