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月城'사적 16호)의 '해자'(垓子)에서 통일신라시대 기생충알이 다량 검출돼 당시 생활상 연구에 주요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벽 바깥 쪽에 도랑을 파서 조성한 못 형태의 방어시설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인류학'고병리연구실 신동훈 교수팀은 16일 "경주시 인왕동에 있는 월성의 해자 세 군데 지층에서 1g당 약 100개에 이르는 기생충알, 회충알, 편충알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신 교수팀은 알이 발견된 지층의 나이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5~8세기인 것으로 추정하고, 발견된 기생충알의 숫자가 해자를 채운 물의 오염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회충과 편충은 채소 등 먹거리를 통해 인체로 침투한 후 장기에서 기생하다 변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나오는데, 이를 통해 볼 때 도성 안 분뇨의 상당량이 해자로 흘러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삼국사기 등의) 기록을 보면 신라 전성기 때 경주 인구가 약 100만 명에 달했다고 나온다"며 "월성에서 배출된 인분뇨의 양도 해자수(水)의 자정 능력을 뛰어 넘는 수준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교수팀은 도성 안 분뇨가 해자로 유입된 과정에 대해 ▷분뇨 수거인이 집집마다 다니며 오수를 날라 해자에 버렸거나 ▷변소와 해자를 잇는 하수도 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 뒤 후자에 무게를 실었다.
신 교수는 "백제의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 오물통 모양의 변소에서 성벽 밖 물길까지 이어지는 하수도가 발견되기도 했다"며 "백제의 문화가 초기 신라에 끼친 영향을 고려하면 월성에도 비슷한 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팀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지원으로 2008년 월성 해자의 지층 연구에 나서, 해자 유구를 발굴한 뒤 신라 특유의 축조 구조를 규명하고 지층 내 기생충 분석을 통해 당시 생활상 등을 밝혀낸 것이다.
신 교수는 "알의 종류와 분포도 등을 통해 당시 신라인들의 건강 상태와 지역별 오염도 등 당대 생활상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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