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중림 사라진 울릉도 바다…아열대성 어종 해조류 싹쓸이

소라 전복 먹이 대황 등 소멸

울릉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열대 물고기 독가시치(몸길이 15cm)가 떼를 지어 바위 부착 규조류와 해조류의 싹을 먹어 치우고 있어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울릉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열대 물고기 독가시치(몸길이 15cm)가 떼를 지어 바위 부착 규조류와 해조류의 싹을 먹어 치우고 있어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백화현상이 심각한 울릉도 바닷속을 수중 다이버가 조사하고 있다. 울릉
백화현상이 심각한 울릉도 바닷속을 수중 다이버가 조사하고 있다. 울릉'허영국기자

울릉도 연안 전역에 대표적으로 무성하게 서식해온 해조류 대황과 해중림이 사라지고, 대신 석회조류가 번성하는 백화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울릉 연안 바닷속에서 한류성 어종이 급감하고 아열대성 어종이 대량으로 몰리는 등 생태계 변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수중탐사팀이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한 달 동안 울릉도 동서남북 연안, 울릉읍 사동항 동쪽과 남쪽 각 2곳, 통구미마을 앞 1곳, 남양항 인근 1곳. 북면 죽암과 관음도 인근 연안 등 10개 지점의 수심 3m에서 25m 바닷속 수중촬영 등을 통해 탐사한 결과 백화현상이 60% 이상 진행되는 등 생태환경이 지난해에 비해 급변하고 있었다.

울릉도 육상에서 해안을 육안으로 바라보면 에메랄드빛에 탄성을 자아내지만, 물속 3m 이상으로 들어가 보니 황량한 사막화가 이어졌다. 사동 신항만 서남쪽 외항 인근 바닷속의 경우 수심 2m에서 20m 사이 바닷속에는 지난해까지 풍성하던 해중림이 대부분 사라지고 없었으며, 간혹 바위에 성게와 불가사리만 눈에 띄었다. 또 울릉도 연안 전역에 대량 서식해온 대황은 탐사지역 대부분의 15~20m 바닷속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멸종상태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서 대량으로 볼 수 있는 어린 감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해조류 대황 사라지고, 아열대성 어종 대량 몰려와

수년 전까지 울릉도 최대 대황 군락지로 해중림을 이뤄 온 북면 천부리 죽암마을 앞바다와 관음도 인근 바닷속에는 바위에 이파리가 녹아 줄기만 앙상한 대황 몇 줄기가 남아 있을 뿐 해조류가 사라진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북면 주변 해상에는 뿔소라가 대량 서식하고 있었지만 소라, 전복 등이 먹고살아야 할 대황 등 해중림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소라, 전복의 소멸까지 예상됐다.

울릉 연안 바닷속에는 바위틈 음지에서 제주 해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열대성 어종인 노랑자리돔, 독가시치. 꼬치삼치, 자리돔 등이 떼로 몰려다녔는데, 특히 열대성 어종인 독가시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독가시치는 잡식성으로 어린 고기일 때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지만, 성장하면서 규조류와 해조류의 싹을 즐겨 먹기 때문에 해조류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평균 15cm 크기의 독가시치는 떼로 몰려다니며 주변 바위의 작은 물풀 등을 종일 먹어치우는 광경이 수중 탐사에서 처음 확인됐다.

울릉읍 서면 남양리 남동터널 앞바다와 통구미마을 앞바다는 모두 해조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량한 사막이었다. 대형 해파리를 먹어치우는 쥐치 몇 마리와 아열대 어종인 파랑돔떼와 독가시치떼만 보였다.

◆대책마련 시급

울릉 앞바다 회유성 어종의 회유 패턴도 급변하고 있다. 겨울철 월동을 위해 따뜻한 남쪽 해역으로 남하 회유하는 오징어나 멸치, 방어 등 난류성 어종이 겨울철에도 동해안에 계속 분포하면서 어장을 형성하고 있다..

울릉도 해역에는 해조류가 없어지고 석회조류가 번성하는 백화현상도 수온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이버 강사 정봉권(46'울릉읍 저동) 씨는 "울릉 연안 바다 대부분이 백화현상으로 바다가 이미 절반 이상 죽어가고 있다. 대책 마련을 위한 해양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함께 탐사에 나섰던 윤희성(58'수중전문가) 씨도 "예년의 울릉도 바닷속이 아니다. 황폐화 원인을 전문가들이 다각적으로 조사해봐야겠지만 온난화와 함께 주민들이 사용하는 각종 세제 등이 백화현상에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박종화 동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장은 "지구온난화로 동해 수중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울릉 등 동해안 어업인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명태는 씨가 마른 지 오래고 오징어 어획량도 해마다 널을 뛰면서 어촌 경제가 엉망"이라고 했다.

김경학 울릉군 수산과장은 "바닷속 환경오염에 대한 정확한 실태 자료가 없다"며 "연구기관의 대대적인 연구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