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자율 상한 인하만으로 고리 사채 해결 못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고리 사채 폐해 방지 대책으로 이자제한법을 개정, 현행 연 39%인 대부업 이자율 상한을 25%로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규제적 접근은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는 '선의의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신용 등급이 낮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금융 약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서민금융 기반이 확대되지 않고서는 이런 규제는 서민들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모는 꼴이 될 수 있다.

햇살론, 새희망홀씨 대출, 미소금융 등 다양한 서민금융 상품이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액은 절대 부족하다. 지난 4월 정부가 불법 사금융 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할 당시 정부의 서민금융 공급 계획은 3조 원 정도였다. 그러나 국내 불법 사채 이용액(추정)은 30조 원에 달한다. 저신용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민금융이 수요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는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서민금융이 확대되지 않고서는 이자율 상한선 인하만으로는 고리 사채 폐해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자율 상한선을 내리면 대부업체는 대출 심사를 더욱 엄격히 해 돈이 급히 필요한 서민은 더욱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태가 빈발할 수 있다. 그런 금융 약자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무엇보다 서민금융 기반이 튼튼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자금 공급 확대뿐만 아니라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서민금융 공급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올인했다가 대거 퇴출되고 있는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이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 후보의 추가적인 보완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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