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붕붕주스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합법적인 약물은 무엇일까. 커피와 콜라, 차, 초콜릿 등에 든 카페인이다. 소다 음료나 진통제, 감기약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다. 카페인은 60여 종이 넘는 식물의 잎이나 열매, 씨앗 등에 존재하는 알칼로이드 화합물로 사실상 식물이 해충을 죽이거나 마비시키기 위해 만들어내는 살충제다. 이런 카페인이 인체에 흡수되면 중추신경을 자극해 각성시키고 일시적으로 피로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

카페인의 대명사는 커피다. 커피 한 잔에는 차의 약 2배에 달하는 카페인이 들어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돼 11세기 무렵 아라비아 등 이슬람권으로 전파된 커피의 역사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6세기 오토만 제국 시절 커피는 금지 품목이었다. 17세기 이후 영국과 러시아, 스웨덴에서도 한때 커피 유통을 금지시켰다. 카페인 과다 섭취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종교적, 정치적 문제나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 카페인 성분은 1820년대 초 독일'프랑스 화학자들에 의해 처음 밝혀졌는데 커피에서 해열제인 키니네 성분을 찾다가 발견했다.

지난해 한국인 하루 커피 소비량은 약 300t으로 약 3천700만 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하루 1.5잔꼴이다. 문제는 카페인 과다 섭취다. 하루 카페인 권장 섭취량은 성인 400㎎, 임산부 300㎎, 어린이는 체중 1㎏당 2.5㎎이다. 캔커피 하나에는 74㎎, 커피믹스 한 봉지에 69㎎, 250㎖ 콜라 한 병에 23㎎, 녹차 티백에는 15㎎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남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다.

최근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 '붕붕주스'라는 음료가 유행하고 있다. 인터넷에 붕붕주스 제조법까지 소개될 정도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에너지 음료에 박카스'레모나'콜라 등을 마구 섞는 것인데 문제는 이런 변종 음료가 카페인 범벅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마시면 숨이 가빠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카페인을 한꺼번에 많이 흡수하면 교감신경이 흥분돼 심장에 무리를 주고 자칫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때 '공부 잘하는 약' '머리 좋아지는 약'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붕붕주스도 이런 경우다. 청소년들이 공부 때문에 건강에 해가 되는 이런 음료에 호기심을 갖거나 의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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