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불산 건강영향조사 안받겟다"

임천리 주민들 "사고 20일뒤 소변검사 문제 추적조사 기간 2년도 부족

구미 불산 누출사고의 영향을 받은 산동면 임천리 주민들이 조사의 신뢰성과 주민참여 등을 이유로 정부의 건강검진 및 건강영향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누출사고 피해 주민 및 기업체와 구미시 등과의 피해보상 합의도 진통을 겪고 있다.

현지 정부종합대책단은 이달 5일부터 분야별 9명의 조사위원과 10명의 자문위원으로 건강영향조사단을 구성해 사고지점 반경 1.5㎞ 이내 산동면 봉산'임천리와 인근 기업체 근로자 등 1천500여 명을 대상으로 건강영향조사를 벌이는 한편 향후 2년간 추적 및 확인 조사를 하기로 했다.

정부종합대책단은 봉산리 주민 120명에 대한 조사를 13일 마쳤으나, 임천리 주민들에 대해서는 건강영향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박종욱 임천리 사고대책위원장은 "건강영향조사단에 주민들을 참여시키지 않는 등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건강영향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불산에 노출됐던 주민들에 대해서는 10년가량 추적조사를 해야 하는데도, 정부가 2년만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피해지역민들에 대한 검사의 방식과 시스템에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인체 내 불산 잔류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변 검사가 필요한데도 사고발생 20일이 지난 뒤 뒤늦게 소변을 채취한 것은 문제가 있으며, 그나마 소변을 통한 불산 잔류 검사 장비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오염도 측정 및 피해 범위를 주민들이 믿지 못하면서 피해보상 협의도 난항을 겪고 있다.

17일 누출사고 인근의 한 기업체에서 열린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간담회'에서 기업체들은 "정부의 대기오염 측정을 불신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로 인해 근로자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를 잇따라 떠나고 있어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A업체 대표는 "불산가스에 노출됐던 회사 내 잔류물에 대한 오염도 측정은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대기오염 측정도 믿기 어렵다"며 "이번 사고로 상당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 기업을 경영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만큼 행정당국이 조속히 사태를 해결해야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16일 열린 구미시와 산동면 봉산'임천리 주민들과의 '보상 대책회의'도 주민들의 거친 항의로 대화가 중단되는 등 별다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주민들은 "정부와 행정당국이 형식적인 현장조사를 하고 있으며, 당장 시급한 이주대책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도 없다"며 "동네 전체가 초토화됐는데 어떻게 다시 들어가 살 수 있겠느냐"며 이주대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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