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수장학회, '인혁당 사과'와 판박이 되나

"관계없다"던 박근혜 "조만간 입장표명" 선회

'인혁당 사과 기자회견의 재탕?'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7일 자신이 몸담았던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경남도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정수장학회 문제는 저도 관계가 없다. (최필립 이사장 사퇴와 관련해선) 저나 야당이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고 했고, 16일에도 "이미 입장을 밝혔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런 박 후보가 돌연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다시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선언한 것이다.

박 후보의 지지율이 확장되지 않고 고착'경직화되자 박 후보 주위에서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고 한다.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한 인혁당 사건 발언 이후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지켜 본 박 후보는 이번 정수장학회에 대한 '변화된' 입장을 보이지 않는 한 등돌린 여론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대세론일 때와 위기일 때 같은 사안(인혁당, 정수장학회)에 대해 다른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 과연 진정성 있는 발언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결국 실기(失期)한 것인데 이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당 안팎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다.

정치권은 박 후보가 직접 최 이사장의 퇴진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최근 정수장학회에 출근하지 않고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은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의 관계가 '현재 진행형'임을 집요하게 파내고 있다. 민주당 배재정 의원은 같은 날 박 후보 측근과 정수장학회 이창원 사무처장이 통화한 내역을 입수, 공개하면서 "박 후보가 과연 정수장학회와 아무 관련이 없나"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 후보의 가장 측근인 두 사람이 정수장학회 사건의 파장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박 후보는 왜 측근들이 박 후보와는 상관없다는 정수장학회 사람들과 접촉했는지 국민 앞에 해명하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무처장의 최근 통화 기록이 촬영된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 통화 기록에 '최외출 교수' '정호성'이란 이름이 나와 있다. 최 교수는 영남대 대외협력부총장으로 현재 박 후보 국민행복캠프의 비서실 기획조정특보이고, 정호성은 박 후보를 10여 년간 보좌한 최측근 보좌관으로 최근 '문고리 권력'의 비판을 받았던 당사자다.

이에 대해 최 특보와 정 보좌관은 최근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지분(100%)과 문화방송(MBC) 지분(30%)을 팔아 복지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통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은 백 의원의 '통화내역'을 '도촬(도둑 촬영) 게이트'로 규정해 입수 경위를 따져묻고 있다. 박 후보 선대위의 이정현 공보단장은 "(통화 내역을 찍어 공개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과 형법상 비밀침해죄 등에 걸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 의원은 "필요한 때가 되면 통화 내역 입수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