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안방에서 열린 제9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서울을 제치고 체전 출전 사상 처음으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구는 17일 끝난 전국체전에서 종합득점 5만4천577점(금 73개, 은 67개, 동 87개)을 얻어 경기도(6만5천955점)에 이어 순위표 두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과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대구는 종합득점에서 서울에 289점 앞섰다.
늘 중하위권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대구의 2위는 '선전'을 넘어 '파란'으로 여겨진다. 통상 개최지는 기록경기 20% 가산점에 안방체전으로 현지적응에 어려움이 없어 경기력 향상으로 상위권 성적을 낸다. 하지만 이런 개최지 프리미엄에도 두터운 선수층과 인프라 등을 자랑하는 경기도와 서울의 거대한 벽에 부딪혀 순위 상승의 최대치를 3위까지만 내다본다.
1987년 69회 대회 때부터 경기도와 서울이 1, 2위에서 밀려난 적은 82회 충남 대회(충남 1위) 때와 87회 경북 대회(경북 2위), 91회 경남 대회(경남 2위), 단 세 차례뿐이다. 20여 년간 1, 2위는 경기도와 서울의 몫이었고 개최지는 대부분 3위에 만족했다.
대구와 비슷한 경기력을 가진 전북'강원'전남'충북 등도 지역 개최 때 3위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86회 울산, 83회와 79회 대회를 열었던 제주, 74회 광주는 3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대구는 이번에 선수단의 선전, 개최지 프리미엄(가산점+국군체육부대 편입), 서울의 부진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쾌거를 이뤄낼 수 있었다.
대구는 농구'럭비'레슬링'복싱'씨름'궁도'태권도'롤러'보디빌딩 등 9개 종목이 선전하며 종목 우승을 차지했다. 고등부는 애초 설정했던 금 28, 은 28, 동 36개의 목표를 넘어 금 38, 은 30, 동 36개로 대구의 2위 약진에 힘을 실었다. '안방 잔치'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겠다는 선수들의 각오와 정신력이 기량 향상을 이끌었고 체육단체의 사기 진작도 한몫을 했다. 대구교육청은 올해 100만원 미만이던 고교선수 훈련비를 150만원으로 대폭 늘리며 선전을 당부했다.
여기에 13개 종목서 대구 소속으로 뛴 국군체육부대가 맹활약을 펼친 것도 큰 힘이 됐다. 대구는 이들의 활약으로 약 5천 점을 보탰다.
서울의 부진도 대구의 약진을 도왔다. 91회 경남대회와 92회 경기도 대회 때 개최지 경남과 경기도가 선두를 노리는 바람에 다소 피해를 봤던 서울은 이번에는 그런 장애물이 없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6개 시'도는 서울이 5만 점 후반에서 6만 점 초반대까지 점수를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서울은 5만4천288점에 그치며 전반적인 경기력 저하를 보였다. 체육계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의 체육 방향이 전국체전 우수 성적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쪽으로 바뀌었고 이런 추세로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정신력이 흐트러진 게 아닌가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런 세 가지 요인이 맞아떨어지면서 애초 3위를 목표로 내걸었던 대구가 사상 처음으로 서울을 제치는 기회를 잡게 됐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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