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풍에 물들다] 주왕산 단풍기행

가을 산행은 단풍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불타오르는 듯 붉은 단풍 속을 걷다 보면 눈과 맘에 온통 단풍으로 젖어든다. 대구 앞산과 팔공산도 서서히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아름다운 단풍이 유명한 청송 주왕산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단풍이 시작된다. 가을이 깊어지면 단풍의 자태는 더욱 아름다워진다.

◆주왕산의 매력

단풍 소식을 전하기 위해 청송 주왕산을 다녀왔다. 국립공원 주왕산은 골이 깊어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린다. 단풍이 고와 '남한의 금강산'이라고도 한다. 지난주 방문한 주산지와 주왕산의 단풍은 조금 때 이른 듯했다. 하지만 서서히 파스텔 톤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국립공원 주왕산 관리사무소 김정유 자원보전 과장은 "23일쯤 절정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취재팀은 주산지를 둘러본 후 주왕산으로 향했다. 주왕산 단풍은 등산로 입구에 있는 대전사 경내에서부터 시작한다. 주왕산을 오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암절벽이다. 주방천 계곡을 따라 산으로 오르면 수려한 바위 협곡이 시작된다.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김정유 과장과 주왕산 지킴이 허윤구 씨가 동행했다. 숲길을 따라 오르면서 학소대, 급수대 등 기이한 봉우리에 대한 전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경에 취해 쉬엄쉬엄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제1폭포에 닿는다. 폭포는 선녀탕과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구룡소를 돌아 떨어져 '용추폭포'라 부른다. 이곳이 주왕산에서 가장 심한 협곡이다. 태풍 '산바' 때는 제1폭포 협곡 중턱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오솔길을 따라 1㎞쯤 오르면 제2폭포인 '절구폭포'다. 요즘은 시원한 폭포수의 모습은 볼 수 없다. 행락객들은 대부분 여기서부터 돌아선다. 1.2㎞ 정도 더 오르면 제3폭포인 '용연폭포'다. 깊이 파인 소가 폭포수와 어울려 천혜의 비경을 자랑한다. 김정유 과장은 "1'2'3 폭포의 이름은 일제 때 붙인 이름인데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 등 고유의 이름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다.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 주왕산의 모습은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다.

◆주왕산의 참모습

주왕산의 참모습은 그 품 안으로 들어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주왕산은 단풍이 드는 가을에 가장 멋있다. 국립공원인 주왕산은 태백산맥의 지맥으로 해발 720m다. 주방천 계곡을 따라 오르면 곳곳에 망월대, 시루봉, 급수대, 연화봉 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명소가 있다.

단풍명소는 제1폭포 앞 학소대와 주방계곡 등이 가장 좋다. 학소대 주변에는 기암괴석과 어울린 붉은 단풍이 절경이다. 3폭포를 지나면 온순한 계곡의 연속이다. 좀 더 올라가면 전기 없는 마을로 소문난 내원동 마을 터가 있다. 내원마을은 환경보전을 이유로 3년 전 모두 철거했다. 내원마을에서 살다 내려와 '내원산장'이란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이상해(55) 씨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연 속에 사는 사람이 있다"며 "지금도 내원마을에 살던 때가 너무 그립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주왕산 단풍 산행코스는 ▷대전사~금은광이~주방천 계곡 코스(5시간 소요) ▷절골~가마봉~주방천 계곡~대전사 ▷대전사~광암사~장군봉~월미기~금은광이~제3폭포~제2폭포~제1폭포~학소대~대전사 코스가 있다. ▷대전사~학소대~제1폭포~제2폭포~제3폭포~대전사(3시간 소요) 등 주방천 계곡 코스도 좋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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