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 재니스 조플린

1960년대 완성한 최초 여성 록 보컬리스트

록음악은 남성의 음악이다. 자칫 성차별적 발언으로 들릴 수 있는 이 말은 록음악이 태동하고 황금기를 구가하던 1960년대의 고정관념이었다. 1920년대 불완전하나마 영국과 미국의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획득하지만 여성은 여전히 주부 역할을 강요받았고 대중음악계에서는 예쁜 꽃이기만 원했다. 따지고 보면 여성의 참정권 획득에 남성들이 찬성한 것도 1차 세계대전 중 산업체 인력에 투입된 여성의 공로를 무시할 수 없었던 이유 때문인데 이후 한 장의 투표용지를 위한 여성들의 투쟁은 눈물겹다.

2009년 영국의 디지털 라디오 방송 플래닛 록이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역사상 가장 뛰어난 록 보컬리스트 40위 안에도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남성들이 선정된다. 1위를 차지한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부터 40위까지 록 마니아라면 수긍이 가는 이름들이 포진해 있는 가운데 21위에 올라 있는 이름은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이었다.

재니스 조플린은 21위라는 순위를 무색하게 할 만큼 록 역사에 혁명적인 업적을 남긴 음악인이다. 최초의 여성 록 보컬리스트였고 백인이었지만 흑인 대가들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블루스 보컬리스트였다. 도대체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록과 블루스 자체이기도 했다.

고향이었던 텍사스에서 추한 외모로 친구조차 없었던 존재였고 23세가 되도록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못해 본 떠돌이 가수 신세였던 재니스 조플린은 1966년 밴드 '빅브라더 앤드 홀딩컴퍼니'를 만나면서 불꽃 같은 신화를 만들어 간다. 지미 핸드릭스의 신화를 알렸던 1967년 몬트레이 팝 페스티벌 무대에 선 재니스 조플린은 반전과 인권에 대한 요구가 극에 달하던 시대를 향해 소리쳤고 관객들은 열광했다. 이후 여러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 'Cheap Thrills'가 공개되는데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반으로 꼽힌다.

밴드를 탈퇴하고 솔로로 전향한 재니스 조플린은 두 장의 앨범을 공개한다. 특히 두 번째 앨범 'Pearl'은 울분을 토해내던 기존의 음악 분위기와 달리 성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아쉽게도 정작 본인은 'Pearl'의 발매를 보지 못한 채 1970년 10월 4일, 29년의 짧은 삶을 마감하게 된다.

평생을 외로움과 싸워야 했던 재니스 조플린이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가한 일이었다. 추한 외모를 놀렸던 동창들에게 신나게 욕을 해주고 모두를 용서하는 일을 끝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평생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받기를 원했던 재니스 조플린은 성의 관념을 깨고 록의 시대였던 1960년대를 완성시킨 진정한 여제이자 진주(pearl)였다. 아울러 여전히 여성은 꽃이기만을 요구하는 한국대중음악계에서 재니스 조플린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는 이 땅의 여성 로커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권오성(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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