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들은 보통 한국 주부인 멘토 언니로부터 한국생활의 정보와 노하우를 전달받는다. 그러나 이제는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도 적지 않다.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고국의 문화를 이용해 지역에 사랑과 나눔을 즐거움 속에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오전 11시 20분. 대구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 지하 식당 '청솔섬김의 집'. 이미 식당에는 식사하러 온 어르신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배식대에서는 식판에 반찬을 담느라 분주하다.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담아내는 이들은 다름 아닌 결혼이주여성들이다. 드디어 오전 11시 30분. 배식이 시작됐다. "어르신, 많이 드세요." 밥과 국을 떠주며 이주여성이 어르신에게 인사를 건넨다. 어르신은 답례라도 하듯 "그래 그동안 잘 있었냐? 밥은 조금만 줘" 하고 인사를 한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것 같다. 음식을 받은 어르신들은 후루룩 뚝딱 금방 한 그릇을 비운다.
2007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사벨(46'필리핀 출신) 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문화도 배운다"며 "부모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설거지를 끝낸 이들은 원대 1'2가동 제2경로당으로 향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오늘은 매니큐어를 칠해 드리려고 왔어요. 할머니 손 내밀어 보세요." 손가방에서 각양각색의 매니큐어를 꺼내 할머니 손과 비교해보더니. "할머니한테는 화사한 분홍색이 더 어울리겠다." "누가 보면 욕할까 겁난다. 너무 야하다. 괜찮을까?" "할머니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그럼 칠해줘. 너무 진하지 않게 연하게 잘 발라라."
금방 할머니 손톱에 단풍이 들었다. 일하느라 거무튀튀해진 손톱이 화사해졌다. 자신의 손톱을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친시네트(28'캄보디아 출신) 씨는 "할머니를 만날 때마다 고향에 있는 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생각난다"며 "할머니 기분이 좋으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흐엉(베트남 출신) 단장은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식, 지혜가 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전문자원봉사단 참여도
"결혼이주여성들이 마냥 받는 것만은 아닙니다. 아니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사랑을 전하고 나누고 있습니다."
성서종합사회복지관 다문화전문자원봉사단 '우리생애최고의모임'(이하 우생모)은 결혼이주여성의 정착을 돕기 위해 조직된 모임이다. 한국 주부 멘토와 결혼이주여성 멘티와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문화 체험과 자녀양육 상담, 예절 교육 등 한국생활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멘토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 한 명이 끼어 있다. 베트남인 이선혜(27)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선혜 씨는 한국에 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울적했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낯선 환경에서 경계를 하는 분들이 많아 마음의 문을 열기 쉽지 않다"며 "마음을 여는 것은 지속적인 관심을 주는 것만이 답인 것 같아요. 처음엔 어색해하고 말도 잘 하지 않던 여성들이 제가 아이들 낳을 때부터 백일, 돌, 생일까지 챙겨주고 감정을 자주 표현하니 서서히 속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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