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내 방 갖기' 막내 소원이다

"아빠,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우리의 소원은 뭔 줄 아세요?"

"통일."

"그럼 내 소원은 뭔 줄 아세요?"

"공부 잘하는 것"

"땡, 내 소원은 내 방 갖는 것."

'내 방이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셋째가 형이 군에 입대하자 드디어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좋아했다. 어디서 들었던지 "형, 군에서 말뚝 박아라"고 하며 제 혼자만의 공간을 너무나 좋아한다. 아이 세 명을 키우다 보니 희한하게도 성격이 제각각이다.

그중 막내는 정말 특이하고 고집 세고 창의력이 뛰어나고 말도 능수능란하여 아내는 이 아이를 키우면서 어찌할 줄을 모른다.

누나와는 세 살 터울이지만 형과는 띠 동갑인 12살 차이인데도 친구처럼 대화가 되고, 신문을 읽고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아는 것도 많다. 그러나 규칙에 따라야 하는 학교생활에는 적응을 잘 못하는지 늘 반성문 쓰기가 일쑤다. 어느덧 2년이 지나 곧 제대를 앞두고 있는 형이 오면 방이 좁다며 발코니를 확장해서 넓혀달라고 했다.

혼자만의 공간을 요구하지 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일주일가량 소요되는 공사에 직접 참여하다시피 지켜보면서 도배, 장판 색깔을 고르고 정성을 쏟은 막내가 기념이라며 한 컷 찍어 달라고 폼 잡았다.

셋째의 소원은 이루어졌는데, 우리의 소원은 언제 이루어질까?

피재우(대구 수성구 만촌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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