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붉은 조명 아래 한 여성 급하게 겉옷 걸치며…

학교서 불과 150m 거리, 눈에 안 띄는 건물 간판 없어

18일 대구 동구 한 불법 키스방 단속을 벌인 경찰이 업소 장부를 확보한 뒤 종업원들의 진술을 듣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8일 대구 동구 한 불법 키스방 단속을 벌인 경찰이 업소 장부를 확보한 뒤 종업원들의 진술을 듣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8일 오후 4시 30분쯤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건물 앞. 3층 오른쪽 사무실은 나무에 가려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건물 외벽에 간판도 붙어 있지 않아 영업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3층까지 계단을 올라가니 한쪽 문에는 '키스방'이라는 작은 상표가 붙어 있었다. 한 남성이 굳게 닫힌 문을 열자 경찰 3명이 후다닥 들이닥쳤다. 문을 연 남성은 손님으로 가장해 먼저 키스방에 들어간 경찰관이었다.

"대구경찰청 풍속업소 단속반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협조 좀 해주십시오." 대구경찰청 생활질서계 풍속업소 광역단속 배기훈 팀장이 경찰 신분증을 보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날 풍속업소 광역단속 2팀 4명은 키스방 기습 단속에 나섰다. 이곳은 한 고등학교와 약 150m 떨어진 곳으로 지난해 3월부터 여종업원 5명을 고용해 키스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키스방은 여종업원이 불특정 남성을 대상으로 일정한 시간 동안 키스를 하는 곳이다. 요금은 보통 30분에 3만~4만원, 1시간에 7만원이다. 키스만 하게 되면 규제의 대상이 되진 않지만 키스를 하면서 유사 성행위로 넘어가는 경우 업주와 종업원, 손님은 유사 성행위 등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을 수 있다.

키스방은 하루 평균 30여 명의 손님이 이용한다고 했다. 오후 2시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곳 키스방에 오후 4시까지 들어온 손님은 3명이었다. 단속팀이 현장에 들이닥쳤을 때 손님은 없었고, 여종업원 3명과 안내원 1명만 있었다. 7개의 작은 방에는 붉은 조명 아래 침대와 컴퓨터, 휴지통 등이 놓여 있었다. 방문을 열자 짧은 치마를 입은 한 여성이 급하게 겉옷을 걸치며 뛰쳐나왔다.

배 팀장은 방 안 컴퓨터에 음란물과 회원목록, 운영 장부가 있는지 확인했다. 다른 경찰들은 여종업원 3명에게 진술조서를 받았다. 키스방 운영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 주변 200m 이내에서는 청소년 유해 업소를 운영할 수 없다.

현장 단속을 모두 마친 것은 오후 6시. 배 팀장은 "오늘은 순탄하게 진행된 경우다. 어제는 문을 열어주지 않아 결국 문을 부수고 들어가 진땀을 뺐다"며 "현장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모습이 적발되는 날은 한바탕 난리가 난다"고 했다.

13명의 경찰들로 구성된 풍속업소 광역단속팀은 유흥주점, 사행성 게임장, 성매매 업소 등에서 이뤄지는 불법 행위를 매일 단속한다. 단속대상 업소만 9천52개소. 13명이 단속하기에는 벅찬 숫자다. 키스방 하나만 단속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불법업소 정보가 입수되면 업소 주변에 잠복해 손님의 출입 여부부터 CCTV 위치, 출입문 위치, 업주 인상착의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단속의 관건은 불법업소의 문을 여는 것이다. 불법업소들은 대체로 회원제와 예약제로 운영되는데다 이중삼중으로 문을 잠가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손님으로 가장해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배 팀장은 "키스방뿐만 아니라 성매매 업소 운영 수법이 날이 갈수록 음성화되고 교묘해져 꼬리를 잡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막상 단속에 들어가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 도망가는 업주를 잡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다치는 것은 부지기수다. 단속이 주된 업무다 보니 보복을 당할 우려도 있다. 배 팀장은 "퇴근할 땐 누가 날 따라오진 않는지 돌아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털어놨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