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열매 좀 치워주세요." 18일 달구벌대로 곳곳은 은행나무 열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도로변을 따라 늘어선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열매가 차량과 행인들의 발에 밟혀 지저분하게 널렸다. 열매껍질에 함유돼 있는 비오볼과 은행산이라는 물질은 특유의 고약한 냄새까지 발산해 불쾌감을 더했다. 제법 바람이 차가워진 10여 일 전부터 은행나무 열매를 치워달라는 시민들의 민원이 대구시 등에 빗발치고 있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도심의 가을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열매 민원'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아예 열매를 맺지 못하는 수(♂)은행나무만 골라 심는 것이 그나마 해결책으로 등장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내 은행나무 가로수는 지난해 말 기준 4만7천896그루에 달한다. 전체 가로수(18만6천113그루)의 25.7%로 대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대기 정화력이 뛰어난데다 병충해에 강해 관리가 쉬운 가로수로,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도심 곳곳에 심겨졌다.
문제는 도심 미관을 해치고 특유의 악취로 불쾌감까지 주는 은행나무 '열매'. 은행나무는 암'수가 구별되는 대표적 수종으로 열매를 맺는 대구 암은행나무는 1만4천여 그루로 추정된다. 대구시가 159명의 노인 일자리 인력에 위탁해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 한 달간 채취한 암은행나무 열매만 무려 30여t에 이른다. 하지만 채취 인력의 한계로 도로가 지저분해지고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시 공원녹지과 이진충 가로수 담당자는 "민원과 수종 다양화를 고려해 은행나무 가로수 식재를 대폭 줄이고 있지만 유아목을 지난 암나무 성목(수령 20년 남짓)이 계속 열매를 맺고 있다"며 "그렇다고 수십 년 자란 은행나무를 무작정 베어낼 수도 없다"고 했다.
대신 대구시는 앞으로 은행나무 가로수를 심을 때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만 골라심을 예정이다. 그간 육안으로는 암'수나무를 분간하기가 어려웠으나, 지난 6월 국립산림과학원이 '은행나무 성감별 DNA 분석법'을 개발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유전자원평가팀은 수은행나무에만 있는 DNA를 찾아내 암'수나무를 구분하고, 대전 유성구 가로수 수종 갱신사업에 수나무만 심는 것을 시범 적용했다. 이후 서울시와 충남도 등이 도입을 확정했으며, 대구시 역시 조만간 은행나무 성감별 분석법이 검증되는 대로 지역 가로수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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