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현수막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지만 철거 위주의 행정으로는 근절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불법 현수막 게시 신고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불법 현수막을 내거는 이들도 법적 허점을 노린 것이기 때문에 꽁무니 쫓기식 현수막 철거만으로는 행정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불법 현수막 단속 권한을 명기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을 개정해 강력한 행정력을 보장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행태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것이라는 게 행정기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불법 현수막 게시 주민신고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은 현재 행정기관들이 시행하고 있는 주민신고제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신고제도의 경우 가로수에 현수막을 게시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현수막을 들고 있는 게릴라식 현수막 게시에 대한 대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 산하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주민신고제는 유사석유, 환경오염, 탈세, 의약분업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통틀어 900개 이상 시행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계가 실시하고 있는 '학파라치' 제도. 학원가의 불법 행위와 사교육을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된 포상금 제도인 일명 학파라치 제도는 도입 3년 만에 수강료 초과 징수, 무등록학원'미신고 교습소, 미신고 개인과외교습, 교습시간 위반 등을 신고받아 단속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러나 포상금을 노린 전문꾼들이 등장하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학파라치 양성 학원만 20개 이상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불법 현수막 주민신고제(현수막 파라라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부산에서 도입한 주민수거보상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 동래구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를 중심으로 불법 현수막 수거 전담 주민 6명을 선발, 1개당 2천원의 보상금을 주고 있다. 공공근로와 불법 현수막 단속 형태가 결합된 것으로 최고 10만원의 보상 상한도 정해져 있어 경쟁적인 철거에 따른 부작용도 감안했다.
이와 비슷한 제도는 대구시에서도 시행한 적이 있다. 2005년 대구시는 불법 전단지와 전쟁을 벌이면서 불법 광고물을 수거해오는 노인들에게 현금이나 쓰레기봉투로 보상해줬다. 2005년 한 해 동안 참여한 노인들의 숫자는 7만1천327명. 보상제 도입 이전에 비해 80배가 넘는 불법 광고물 수거 실적을 올렸다.
불법 현수막 대처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온다. 특히 주민신고제도, 일명 '현파라치' 제도 도입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상금 액수를 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지자체 고유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광고업계는 "주민신고제도와 수거보상제 도입은 관련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불법 현수막을 내거는 행위를 하도록 한 업체에 과태료를 대폭 부과하거나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현수막에 대한 행정적 규제를 담은 법적 근거인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은 1990년 제정 당시부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묶여 있다. 정치권도 이 부분에 대해 무관심했던 탓이다. 이 같은 입장은 행정기관들도 마찬가지다.
대구시 도시디자인총괄본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워크숍에 가보면 전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가 불법 현수막 단속의 한계를 공감하고 있다"며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의 개정이 빨리 이뤄져야 행정력 낭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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