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와 조폭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문신'이라는 널리 알려진 유머가 있다. 그런데 아줌마 눈썹 문신과 조폭 용 문신의 공통점이 불법 시술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문신이 바늘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어 '의료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 조치법 제5조와 의료법 제25조에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에 근거해 단속의 대상이 되며 보건범죄 특별법으로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과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의료법으로는 5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정도로 과중한 형벌이 따른다. 즉 법적으로 보면 문신은 의료 행위로 규정돼 있다.
문제는 누가 문신을 하느냐다. 실제 합법적인 문신을 하고 싶어도 주변에 눈썹 문신을 해준다는 병원이나 의료인을 찾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미용 문신을 포함한 모든 문신들이 미용인들이나 문신 아티스트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들은 언제 단속의 대상이 될지 몰라 불안함 속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영역권을 둘러싼 특정 집단의 기득권에 의해서 우리나라는 문신이 불법 의료 행위로 규정된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가 되어 있다.
사람의 몸에 지워지는 물감으로 회화적 표현을 하는 것을 '보디페인팅'이라 하며 예술의 한 분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사람의 몸에 지워지지 않는 물감으로 회화적 표현을 하는 것은 문신이라고 하며, 이는 예술의 영역이 아닌 선량한 일반 대중들의 미풍양속과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일탈 행위가 된다.
몸에 문신을 새겨주는 행위도 불법이며 몸에 문신을 새긴 자도 사회적 일탈자로 낙인된다. 최근 표현의 다양성이라는 기치 아래 문신 마니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문신과 관련된 뿌리 깊은 불신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문신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은 오랜 세월 동안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고대 형벌의 상징이었으며 유교 사회의 '몸 담론'의 영향도 크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은 털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함부로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도의 첫 걸음'이라는 관념이 자신의 몸에 변형을 주는 문신 행위를 금기시했다. 또한 일본 야쿠자 문화의 영향으로 조폭 문화와 관련된 힘과 폭력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으며, 1970, 80년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문신은 혐오스럽고 거리의 부랑자나 건달 등의 문화로 인식되어졌다.
1990년대 이후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문신이 부각되면서 우리 주변에서도 어깨나 등'허리에 문신을 새기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 150여 개의 문신 관련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고 문신 클럽만 1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처럼 몸의 변형을 통한 몸의 소비가 새로운 옷을 걸치듯 소비하는 '가벼움의 시대'에 문신은 대중 스타들의 아이콘으로, 패션의 하나로 젊은 세대들에게 하나의 유희로 비치기도 한다. 또한 퍼포먼스 아티스트 몸에 새겨진 문신은 패션을 넘어서 예술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축구스타 베컴의 문신과 똑같은 문신을 내 몸에 새길지라도 똑같은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누구의 몸에 새겨진 문신이냐에 따라서 예술이 되기도 하고, 불순한 흔적이 되기도 한다. 내 몸에 새겨진 문신이 패션 아이콘이나 예술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누구의 몸인가' 즉 사회적으로 힘이 있는 몸인가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
의료인이 문신을 새겨주면 합법이 되고, 가수 이효리의 문신은 패셔니스타의 심벌이 되고 안젤리나 졸리의 것은 예술이 된다. 문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새길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내 몸의 위치가 어디인가를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합법과 불법, 예술과 일탈의 차이가 힘의 차이에서 결정되는 세상이다.
이현주/대구보건대학 교수·뷰티코디네이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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