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유연제 유해? 무해? "쓰란거야 말란거야"

주부 손미영(36) 씨는 요즘 섬유유연제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몇 년간 사용해오던 섬유유연제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접한 뒤 절반 이상 남은 유연제를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뒤 해당 제품 회사에서 지식경제부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받았다는 소식을 알려 이용 여부를 두고 혼란이 생겼다. 손 씨는 "또다시 소비자 단체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더라"며 "사실 공방을 넘어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섬유유연제를 사용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과 한국P&G의 다우니를 둘러싼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소시모가 베트남산 다우니에서 유독물질이 나왔다고 주장하자 수입'판매사인 한국P&G는 해당 제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이라며 홍보를 하고 있다. 이에 소시모는 또다시 소비자들이 오해를 해서는 안 된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소시모-한국P&G 공방 가열

소시모는 이달 9일 한국P&G의 베트남산 '다우니 베리베리와 바닐라크림향' 제품에서 유독물질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소시모의 발표에는 한국에 유통되는 7개 업체의 10개 섬유유연제 제품에 관한 표시 실태와 방부제 성분을 검사한 결과, '다우니 베리베리와 바닐라크림향'에서 유독물질인 글루타알데히드(98㎎/㎏)와 개미산(316㎎/㎏)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글루타알데히드는 과민성 물질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는 유독물질로 분류된다. 소독제나 방부제 등에 사용되며 독성이 강해 밀폐된 장소에서 다량 흡입할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제품이다. 오랫동안 노출되면 접촉성 피부염, 천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글루타알데히드는 미국산 다우니에는 첨가되지 않았지만, 베트남산 다우니에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베트남산이 수입돼 판매되고 있다.

소시모 측은 "한국P&G는 유해물질인 글루타알데히드가 포함된 다우니의 국내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며 "또 미국산 다우니와 베트남산 다우니의 사용성분이 다른 것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P&G는 즉각 반박하며 "한국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글루타알데히드는 농도가 25% 이상 검출돼야 유해물질로 분류되는데 이번에 검출된 양은 0.009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우니 후폭풍

다우니에서 금지약품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다우니를 수입'판매하는 한국P&G와 유통업체 등에는 소비자들의 항의와 문의가 빗발치고,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도 몰리고 있다.

여론이 나빠지자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대형마트 측은 "유해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은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사용한 제품을 가져와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도 많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피앤지는 이번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국P&G는 "기술표준원에 질의를 한 결과, 이달 12일 다우니가 현행법상 섬유유연제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이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쟁업체들은 단기적 반사이익을 기대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섬유유연제 자체에 대한 불신을 가질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섬유유연제 시장은 LG생활건강의 샤프란이 41.6%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피죤(22.3%), 옥시 쉐리(14.8%), 다우니(14.1%) 등의 순이다.

◆소비자 불안은 더욱 가중

한국P&G 측은 다우니가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며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소시모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다시금 반박에 나섰다. 소시모는 이달 17일 "다우니의 안전성을 확인받았다는 P&G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기술표준원은 P&G에 보낸 문서에 안전하다는 문구를 쓴 적이 없다. 안전성 여부를 확인해준 것이 아니라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섬유유연제의 유기성 유해물질 규제를 만들 당시 글루타알데히드를 사용하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단순히 기준에만 적합한 제품일 뿐 안전성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

소시모 측은 "P&G가 정작 해명해야 할 것은 왜 한국에서 판매되는 다우니에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에는 들어 있지 않은 글루타알데히드 성분이 들어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라며 "P&G는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우니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한편 기술표준원은 현재 글루타알데히드가 섬유유연제 등 생활화학용품에 사용될 경우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위해성에 대해 재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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