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2호선이 경산시 영남대역까지 연장 운행한지 19일로 한 달이 됐다. 2호선 경산 연장선은 시'도민들의 교통편의 제공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의 경제통합과 광역경제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상생철'(相生鐵)이다. 연장 개통 한 달을 맞아 일어난 변화와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리해진 교통 접근성
경산 연장선 개통 이후 지하철 이용객은 한 달간 하루 이용객 2만1천 명이 늘어났다. 지하철 이용객이 늘면서 경산지역 시내버스 이용객은 다소 줄었다. 경산시에 따르면 2호선 구간을 운행하는 19개 시내버스 노선 이용객 수는 개통 이후 하루 평균 1.4%가 감소했다. 특히 도시철도와 노선 중복이 심한 991번 노선의 경우 하루 이용객이 18.4%나 줄었다. 하루 평균 시내버스 운송수입금도 2.92%, 시내버스 환승객도 2.37% 감소했다.
2호선 경산 연장선의 가장 큰 수혜자는 대학생들이다. 배주한(25'영남대) 씨는 "연장 개통 전에는 대구 남구 대명동의 집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반월당역에서 환승한 후 사월역에 내려 통학버스를 이용했다"며 "2시간 이상 걸리던 통학 시간이 도시철도 개통으로 1시간 이내로 줄어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동대구역 인근에서 통학을 한다는 김기환(26'영남대) 씨는 "환승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시간이 절약된 게 장점"이라며 "특히 학교에서 오후 10시가 넘어 막차를 놓치면 영남대에서 사월역까지 8천원을 내고 택시를 타야했는데, 요즘은 오후 11시 18분까지 지하철 막차가 있어 택시 탈 일이 없다"고 했다.
직장인들의 출퇴근길도 간편해졌다. 경산 진량읍에서 대구 달서구 월촌동까지 지하철로 통근한다는 박대혜(49) 씨는 "자가용을 이용하면 경부고속도로 경산IC에서 남대구IC까지 왕복 80km를 달려야 하고 시간도 45분이 걸린다"며 "지하철을 타면 통근시간은 25분 정도 늘지만 운전을 안 하니 덜 피곤하고, 통행료와 유류비 등 하루 평균 1만7천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서 경산으로 출퇴근 하는 어린이집 교사 박윤미(26'여) 씨는 "경산 연장 개통 덕분에 출퇴근 시간을 하루 평균 1시간 정도 아낄 수 있고 마음의 여유도 생겨 수업 준비가 더욱 수월하다"고 즐거워했다.
◆영남대 역세권 매출에는 아직 큰 변화 없어
영남대 역세권은 2호선 경산 연장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지역이다. 경산 연장 구간 중 정평역은 이미 개발이 다 끝난 상태여서 확장성이 거의 없다. 임당역은 주변에 대평 임당택지개발예정지구가 있고 역세권 개발 계획 등 개발 잠재력이 풍부하지만 아직 개발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영남대역 주변 상인들은 도시철도 연장 개통 이후 유동인구가 20% 이상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영남대역 출입구와 시내버스 승강장 인근 상가들은 지하철 개통 효과로 매출이 10∼20% 정도 늘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가가 역세권 전체 상가로는 아직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영남대 인근 상가 상인 100여 명으로 구성된 영남대 상가번영회 최종호 회장은 "지하철 경산 연장 개통을 앞두고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이 지난해에 비해 20∼30%까지 올랐지만 아직 연장선 개통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7년째 음식점을 하고 있다는 윤종문(59) 씨는 "겨울방학이 지나고 내년 신학기가 되면 대학가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영남대 인근 원룸촌도 아직 잠잠한 상태다. 영남대 인근에는 대동과 조영동, 임당동 일대에 1천400여 개 원룸이 거대한 주거촌을 이루고 있다. 이곳 한 부동산중개업소 소장은 "경산 연장선 개통 이전에는 원룸촌의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과 공실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교차했다"며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지만 연간 계약이 끝나고 재계약이 시작되는 방학과 신학기를 거쳐봐야 경기 상황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대부동산 남성기 씨는 "대구에서 교통이 불편해 영남대 앞 원룸에서 생활했던 대학생들이 지하철 개통 이후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다소 있다. 그러나 이곳 원룸촌 월세가 20만∼37만원까지 다양하고 지하철이 개통됐다고 해서 대구에서 유입되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인근 부동산 거래와 가격대 변화도 아직 없는 상태다. 연장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미 부동산 가격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라는 것.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이후 지하철 개통 이후에는 가격도 거래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경산권 12개 대학들의 셔틀버스 운행으로 붐볐던 사월역 주변 상가들도 당초 우려와는 달리 매출 감소가 10% 수준이어서 그나마 안도하고 있다.
◆'빨대 효과'에 대비해야
교통망 개선은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기회이자 위기다. 경제적 창출 효과를 지역 발전으로 연결시키면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지만 대도시에 흡수되는 '종속의 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산 연장선 개통 이후 경산에는 '빨대효과'(straw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 '빨대 효과'는 도시 간 접근성의 개선으로 의료와 유통'쇼핑'음식'숙박'소매'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근 대도시권으로 흡입되는 현상을 말한다. 도시철도 연장 개통으로 인해 대학생들이나 경산시민들이 대구 동성로나 반월당 등지로 빠져 나가 쇼핑을 하거나 문화 예술 공연 관람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영남대 앞 원룸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현우(27'영남대) 씨는 "지하철 개통 이후 여가생활을 하고 쇼핑과 영화를 보기 위해 1주일에 한 번씩 대구 동성로를 다녀왔다"며 "학교 앞에는 먹고 마시는 음식점이나 술집이 대부분이고 영화관이나 쇼핑 등 놀거리가 부족해 도시철도를 타고 대구로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빨대효과'에 대처할 경산시의 대책은 아직 전무하다. 대구시민을 끌여 들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전략이 없다는 것. 영남대 도시공학과 윤대식 교수는 "백화점 등 대형상권은 경산에서 대구 쪽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소매상권은 영남대 앞 상권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영남대 앞 상권의 경우 대학생 등 젊은층을 끌어 들일 수 있는 문화'상업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임당역 주변에 비지니스와 쇼핑, 보육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갖춘 복합환승센터 설치 등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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