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댐의 손익계산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7080세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 '소양강 처녀'다. 춘천에 가면 그 노래를 소재로 만든 '소양강 처녀상'이 있다. 소양대교 옆에 높다랗게 서 있는 처녀상을 보고 있노라면 노래 가사에 나온 대로 18세 소녀의 청순함과 애틋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렇지만 동상의 덩치(높이 7m)가 너무 크고 높아 그다지 정감이 가지 않는다. 소양감댐 정상에 가면 또 하나의 '소양강 처녀' 동상이 있다. 양손을 가슴에 말아쥐고 있는 평균 크기의 소녀 모습이라 훨씬 정겹게 보인다. 그 때문인지 동상을 끌어안고 사진을 찍는 짓궂은 남성 관광객들이 많다.

소녀상을 보고 그 주위를 둘러보면 소양감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인공 구조물과 주위 풍경이 어우러져 감탄이 절로 나온다. 댐이 인간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지, 환경론자의 주장대로 해를 끼치고 있는지 하는, 이성적인 상념은 저 멀리 달아나고 없다. 그 거대한 풍광에 압도돼 있는데 무슨 생각이 든다는 말인가.

얼마 전 세계 최고의 댐이라는 중국 싼샤(三峽)댐에 갔다 온 지인의 얘기를 들으니 '그에 비하면 소양감댐은 아이들 장난'이라고 했다. 저수량이 소양강댐의 15배 크기라고 하니 얼마나 거대하겠는가. 싼샤댐은 쑨원(孫文)이 양쯔강의 갖은 홍수를 목도하고 1919년부터 구상한 중국의 최대 숙원 사업이었지만 1996년 완공 뒤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수 예방과 수력발전의 큰 장점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명승고적지 장강삼협을 물속에 잠기게 했고 환경오염 및 문화유적지 파괴 측면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잃는 게 있다는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

요즘 영덕과 포항에서도 달산댐 건설을 놓고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갖은 자연재해를 겪고 있는 영덕군은 댐을 원하고 있고, 인근의 포항도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댐을 바라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영덕군은 당초 소규모 댐을 원했지만 정부가 대규모 댐 건설로 방향을 바꿔 버린데다 수몰 지역 주민들의 반발까지 더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3년간에 걸친 찬반 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소모적인 논란보다는 하루빨리 결론을 내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댐 건설을 둘러싸고 무엇을 얻고 잃을지 냉정한 손익계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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