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열린 제93회 전국체육대회는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의 경연장이 됐다. 개인과 고향, 소속 시'도의 명예를 건 선수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쏟아내며 순위와는 별로도 '최선'이라는 값진 가치를 보여줬다. 관중의 시선이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향했지만,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이겨내고 연패로 또는 다관왕으로 국내 1인자 자리를 지킨 보석 같은 선수들도 많았다. 여자 일반부 트라이애슬론의 장윤정(경북체육회'24) 선수. 그 역시 이번 대회 우승으로 다섯 번이나 전국체전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서며 대구체전을 빛나게 했다.
◆최고의 철녀로 우뚝
장윤정은 13일 수영(1.5㎞), 사이클(40㎞), 마라톤(10㎞)을 차례로 거치는 총 길이 50.1㎞의 트라이애슬론 결승선을 앞두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표정은 일그러졌고 골인지점을 통과하고서는 혼자 설 힘조차 없었다. 1시간59분02초.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전국체전 5연패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서 국내 트라이애슬론협회가 창설(1997년)된 이래 최초로 동메달을 따낸 그는 또 한 번의 전국 제패로 국내 여자 트라이애슬론의 '1인자'임을 과시했다.
2007년 대학 1학년 때 수영에서 트라이애슬론으로 전향한 뒤 그해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듬해부터는 내리 다섯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최고 철녀'의 칭호엔 고통이 뒤따랐다. 장윤정은 하루 7시간의 고된 훈련을 묵묵히 이겨내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TV에 비친 동호인들의 경기를 보고 '저거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막연하게 가진 생각은 대학 진학과 함께 이뤄졌다. 초등학교 때 수영을 시작한 그는 고교 졸업을 앞두고 실업팀에 가서 계속 운동을 하느냐, 운동을 그만두고 대학을 가느냐를 놓고 고민했다. 그때 경북체고 선배이자 경북체육회 트라이애슬론팀의 김규봉 감독이 다가왔다. 그가 "트라이애슬론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을 때 장윤정은 어릴 때의 생각을 떠올리며 이내 승낙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대학 진학을 원했고, 그는 수능 공부를 했다. 그리고 영남대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경북도체육회로부터 우수 선수 지원금을 받으며 운동을 계속했다. 학업에도 열중했다. 비록 한 학기를 입학 동기보다 더 다녔지만, 학업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세계무대를 꿈꾸다
트라이애슬론은 애초 미국 해병대가 강철 체력을 기르려고 했던 훈련 과정의 하나였다. 그러다 1970년대 일반인에게 보급됐고 1978년 하와이대회부터 하루에 끝내는 고된 경기가 되면서 트라이애슬론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올림픽은 2000년 시드니대회, 아시안게임은 2006년 도하대회, 전국체전은 2005년 대회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장윤정의 목표는 올림픽에 출전해 '톱10'에 드는 것이다. 국내 1인자인 그에게도 세계의 벽은 아직 높다.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하면서 승승장구했지만, 시련도 많았다.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러 독일에 갔다가 대회 하루 전날 횡단보도서 차에 부딪히는 교통사고를 당해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대회를 접고 두 달간 재활에 매달렸다. 완쾌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수영과 사이클에서 1위를 달리던 그는 10㎞ 마라톤을 시작하는 순간, 십자인대가 찢겨져 나간 왼쪽 무릎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게양대에 걸릴 태극기를 생각하며 아픔을 잊었다. 뒤로 처졌던 일본 선수 두 명에게 추월을 당했지만 3위로 골인했다. 대륙별 와일드카드로 노렸던 2012 런던올림픽 출전은 중국서 열린 랭킹 마지막 대회서 석연치 않은 여러 가지 일들로 1위 자리를 중국 선수에게 내주며 좌절됐다.
현재 세계랭킹 77위인 그는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더 멀리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꿈꾸고 있다. 랭킹 관리로 해외대회 출전이 많아 1년 중 유일한 휴가는 전국체전 뒤 갖는 2주뿐이다. 하지만 이 시간마저도 11월로 예정하고 있는 세계 트라이애슬론 강국 뉴질랜드로의 어학연수 준비에 쉴 틈이 없다.
올해 대학원(영남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한 그는 실전과 함께 트라이애슬론 이론을 겸비한 교수가 돼 한국을 트라이애슬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또 하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다들 저를 강철 체력의 소유자라고 부르지만 사실 저는 30분 이상 쇼핑을 하면 다리가 아파 그만두고, 계단 오르내리는 것도 아주 힘이 들어요. 별다른 취미도 없으니 운동이 천직인가 봐요. 이왕 시작한 거 트라이애슬론서 승부를 내야죠."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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