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영토분쟁/마고사키 우케루 지음/ 김충식 해제/양기호 옮김
일본은 독도를 훔치려 하고,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충돌한다. 북방영토를 두고 일본과 소련의 긴장도 여전하다. 영토 문제가 발생하면 각국 내에서는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민족주의 광풍이 몰아치면 탈출구는 봉쇄되고 만다.
동북아시아 국가 간 영토문제가 발생한 배경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패전한 뒤, 일본의 영토가 매끈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본이 관련된 동북아 영토문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해하고, 동북아 정세를 냉철하게 바라보자고 말한다.
지은이 마고사키 우케루는 일본 외무성 국제정보국장과 이란 대사를 역임했고, 영국, 미국, 소련, 이라크, 캐나다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2009년까지 일본 방위대학교 교수로 근무했다. 그러니 원천적으로 그의 주장은 '일본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의 분석은 일본의 '독도야욕'으로 골치를 앓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은이는 책에서 한국과 독도 문제보다 중국과 센카쿠 열도에 훨씬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무력과 경제력을 대단히 두렵고 무거운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한국의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가볍게 언급하고 있다. 그 이유가 어쩌면 한국이 일본보다 약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센카쿠와 관련해 지은이는 일본 독자를 향해 4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양국 수교가 이루어지던 1972년 센카쿠 문제를 미해결 상태로 덮어버린 것은 결코 어리석은 짓이 아니었으며 당시로서는 불가피했다. 둘째, 센카쿠에서 중일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일 안보조약을 근거로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셋째, 군사력에서 중국은 일본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가 되었고, 앞으로 일본은 영원히 중국을 무력으로 이길 가능성은 없다. 넷째, 중국의 경제력 상승 속도와 세계시장에서의 비중 역시 일취월장이다. 그렇다면 영토문제의 비중을 낮추고 공통의 이익을 찾아가는 것이 지혜롭다." 지은이의 이 같은 시각은 동북아 3국에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러시아와 대립하는 북방영토와 관련해 책은 '영토문제는 순수한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관계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영토문제가 불거질 뿐이다. 센카쿠 분쟁도 단순한 섬의 문제를 넘어서 중일 양국관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연장선에 있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점차 라이벌이 되어가는 가운데 일본은 미일 중시냐, 일중 중시냐의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한다.
독도에 관해서는 '한국이 주장할 근거가 더 많다'고 말하면서도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서 쟁점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한국의 고유 영토인 독도가 쟁점이 되는 원인이 '일본 제국주의' 때문임을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는데, 이것이 일본 정치 및 학계, 시민들의 일반적 인식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08년 7월 하순, 미국의 지명위원회는 한국령이던 독도를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바꾸었다. 이는 한국 내 큰 문제가 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를 의제로 올렸다. 부시 대통령은 이 문제를 라이스 장관에게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독도는 한국령이 되었다. 이에 대해 2008년 7월 31일 일본의 마치무라 관방장관은 '미국 정부 한 기관의 처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지은이는 이를 일본의 큰 실수라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1945년 7월 26일 연합국은 일본 정부에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도록 요구하면서, 영토 부분에 대하여 '일본의 주권은 혼슈, 홋카이도, 규슈와 시코쿠, 여기서 결정한 기타 도서지역으로 국한한다. 이외의 섬은 우리(연합국)가 결정한 도서지역으로 국한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우리'의 중심은 미국이다. 그러니 미국이 독도를 한국령이라고 한다면 독도는 일본령이 될 수 없는 것인데, 관방장관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세상모르는 소리를 함으로써 일종의 외교 포기에 해당하는 짓을 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영토 문제는 일회성 승부가 아니다.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일본을 돕지 않는다. 영토 문제는 무력분쟁보다는 국제재판소로 가져가야 할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러시아, 중국, 한국과 국교가 영토분쟁보다 더 중요하다. 영토문제의 비중을 가능한 낮추는 것이 (미래를 위해) 낫다"고 강조한다. 243쪽, 1만2천5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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