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농업의 미래를 찾아서] (1)사람과 혁신이 미래다

농업은 생산·가공·서비스업이 결합한 '미래 성장산업'

영천 고경면 오룡리는 마을을 하나의 법인으로 묶어 경영 효율성 높였다. 마을법인 초대 대표이사였던 최필환(53
영천 고경면 오룡리는 마을을 하나의 법인으로 묶어 경영 효율성 높였다. 마을법인 초대 대표이사였던 최필환(53'왼쪽) 씨가 뽕나무밭을 둘러보고 있다.
오룡리 마을법인은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누에체험학습관을 통해 홍보 효과와 소비자 신뢰라는 성과를 얻었다.
오룡리 마을법인은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누에체험학습관을 통해 홍보 효과와 소비자 신뢰라는 성과를 얻었다.

농업이 진화하고 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1차 산업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2차산업인 제조업과 3차산업인 서비스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농업이 생산과 가공,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복합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경북 농업도 경영 시스템 혁신을 통해 사양 산업이란 오명을 벗고 미래 성장산업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개인에서 법인으로 농업경영을 전환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젊은 농업인을 양성해 새로운 내일을 꿈꾸고 있다. 종자와 바이오, 의학, 곤충, 식품가공 등 부가가치를 높일 다양한 방안들도 모색 중이다.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놓인 경북 농업의 가능성을 10회에 걸쳐 짚어본다.

◆경영 혁신으로 마련한 돌파구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 마을 주위를 산이 감싸듯 두르고 있다. 잡풀 없이 잘 정돈된 논길을 따라가면 짙은 녹색 의 뽕나무 밭이 산 중턱까지 펼쳐져 있다. 이 마을의 장점은 개별농이 아니라 마을을 하나의 법인으로 묶었다는 점이다. '누에'라는 특화된 농산물로 승부한 점도 돋보인다.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가공식품과 체험 관광 서비스 등 1'2'3차 산업을 한데 엮어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한 오룡리 마을법인에는 40개 농가가 참여해 뽕나무 밭 18만8천㎡와 오디 밭 10만㎡를 가꾸고 있다. 마을법인은 대표이사 1명과 이사 4명, 감사 1명 등이 이끌어간다. 대표이사는 매년 이사가 돌아가면서 맡는다. 마을법인의 초대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최필환(53) 씨는 "개인이 각자 자기 농사만 짓다 보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경영을 효율화할 수 있는 법인 공동체가 경쟁력을 높여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마을에서 생산한 누에와 오디는 영천양잠농협이 전량 수매해 기능성 식품이나 음료 등으로 가공'판매한다. 지난해 1가구당 2천만~8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누에는 마을의 특성과도 맞아떨어졌다. 외진 산골은 청정지역이라는 장점으로 작용했고, 70세 이상인 고령의 주민들에겐 노동력을 많이 들이지 않는 누에농사가 안성맞춤이었다. 1년 중 누에 수확기인 봄, 가을에 한 달만 바쁘게 움직이면 된다. 먹이인 뽕잎은 아침, 저녁으로 하루 2번 주면 끝이다.

2006년부터 운영 중인 누에체험학습관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처음 문을 연 2006년에는 방문객이 5천여 명에 그쳤지만 6년 만인 올해는 벌써 2만3천여 명이 다녀갔다. 최 씨는 "비용을 들여 홍보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방문객이 늘었다"며 "체험관을 통해 소비자 신뢰가 쌓이면서 누에 판매도 덩달아 늘어났다"고 말했다.

◆위기와 기회, 두 가지 현실

고령 인구가 대부분인 오룡리 마을은 마을 법인과 특화된 농산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경북 농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 지역 농가수는 1990년 29만8천819가구에서 지난해 말 현재 19만7천218가구로 34.1%나 감소했다. 고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경북의 농촌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13.3%에서 지난해 37%까지 늘었다.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셈이다. 농촌의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농업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이는 다시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경쟁력과 소득의 하락을 가져온다. 반면 한미 FTA 등 농업 환경도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향후 15년간 농업생산액이 12조2천억원이나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농업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고 있다. 농업은 1차 생산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농촌 관광이 부상 중이다. 2007년 23만8천 명이던 경북도 농촌체험관광객은 지난해 152만 명으로 6배나 늘었다. 농촌 관광객 중 경북 방문객은 24.5%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2위인 경남(16.3%)을 크게 앞질렀다.

농업을 위해 경북에 정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2009년부터 3년간 3천985가구가 경북으로 귀농'귀촌을 했다. 이는 전국 귀농'귀촌 인구 중 21.4%에 달하며 전국에서 가장 비중이 높다. 손재근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이대로 가면 20년 후면 농촌은 텅텅 비고 식량 생산도 줄어들어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며 "젊은 농업인들을 얼마나 육성하느냐에 경북 농업의 미래가 달렸다. 현장 중심의 농업인 교육과 함께 농지'자본'판매를 지원해 미래 농업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경북 농업

경북 농업은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농업의 위기는 깊어졌지만 새로운 농업인들이 활동하는 곳에서는 기회의 문이 열렸다. 경북도는 전문 경영능력을 갖춘 농업인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2007년 3월 문을 연 경북농민사관학교는 대표적인 인력 양성 기관이다. 경북농민사관학교는 2008년 456명이 첫 수료를 한 이후 매년 1천 명 이상 교육해 지난해까지 5천919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했다. 올해는 59개 과정에서 1천620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품목별 기초과정부터 CEO 심화과정, 학위취득과정 등 수준별로 차별화된 다양한 교육이 강점이다.

경북도는 내년부터 25년 동안 경북 농업을 이끌어갈 1만 명의 청년 리더도 양성할 계획이다. 현장교육을 강화해 농업계 고등학교의 본래 기능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졸업생들이 영농에 정착할 수 있도록 농지를 장기임대하고 자금을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농협이 나서 생산물 매입부터 유통판매까지 돕는다.

내년에는 '마을영농법인'도 도입한다. 핵심은 농업 경영의 혁신이다. 기존 개별농 방식의 농업 경영시스템을 마을단위의 법인으로 전환함으로써 인구 감소와 고령화, 양극화, 유휴지 증가 등의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최웅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경북도는 강과 산, 바다 등 풍부한 지리 조건을 기반으로 200여 종의 다양한 농수산물을 생산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며 "앞으로 대학과 농민사관학교 등 우수한 인재풀과 다양한 연구개발 자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경북 농업의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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