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우유주사

요즘 '우유주사'에 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세계적인 가수 마이클 잭슨의 사망 원인으로 알려졌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 한 여성이 우유주사를 맞기 위해 하루에 여섯 번까지 내과를 돌면서 수면 내시경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주변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유주사라는 말의 어감에서 갖는 포근하고 친밀한 느낌 때문인지 마이클 잭슨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무서운 약이 우리 의식 속에 큰 저항감 없이 자리 잡고 있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우유주사로 알려진 것은 '프로포폴'인데 수면마취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수면마취제는 일반인들도 내과에서 수면내시경을 해 본 적이 있다면 경험해 보았을 수 있다. 예전부터 내시경 시술이 고통스럽다고 알려져 왔는데, 수면내시경을 할 경우 시술과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고, 심지어 마취에서 깨어날 때 몽롱하며 몸이 가볍고 기분 좋고 황홀한 느낌까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기분을 느끼기 위해 수면내시경을 하루에 몇 번씩 하러 다녔다고 한 여성이 고백했다고 한다. 그 자체에 대한 경각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했다가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프로포폴은 마취제이므로 일반 수면제에 반응이 없는 상습 불면증 환자가 수면을 목적으로 투여한다든가 아니면 기분 전환 등 원래 목적 이외의 다른 효과로 상습 투여하면 호흡 기능과 심장 기능이 떨어져 사망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수면내시경이나 성형수술을 하면서 우연히 우유주사를 경험하고 그 실체에 대한 지식 없이 그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는 경험을 다시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우유주사는 한 번 시작하면 의존성이 높아져서 다시 투약하고 싶은 강력한 충동과 갈망을 느끼게 되고 점점 중독증상까지 일으키는 무서운 약이다.

이름이 우유주사라서 그런지 환자들은 그 위해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최근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프로포폴, 미다졸람 등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약의 생산부터 사용까지 전 과정을 보고토록 의무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우유주사로 부각된 이러한 의약품의 오남용은 우리가 그동안 의약품 유통과 사용에 있어서 경각심이 얼마만큼 부족하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다시 한 번 의약품에 대해 바로 아는 것과 현명한 대처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준 듯하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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