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견인의 추억…마지막 남은 견인관리소 다음달 폐업

차량 손상 등 민원 증가 탓

19일 대구 달서구 견인관리소로 불법 주차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9일 대구 달서구 견인관리소로 불법 주차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9일 오전 대구 달서구 죽전네거리 부근에 견인차가 멈췄다. 이면도로 진출입로에 주차한 한 차량에는 '과태료 부과 및 견인대상 차량'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기사가 위반 차량 근처 전신주에 견인이동통지서를 붙이고 장비로 차량의 문을 열었다. 기사는 "외제차와 대형 고급차를 견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차종에 상관없이 견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견인된 차는 관리소로 옮겨졌다. 차주는 견인대행수수료 3만원과 시간당 1천원의 보관료를 내면 차를 돌려받을 수 있다. 곧이어 찾아온 중년 남성은 "5분쯤 볼일을 보고 나왔더니 차가 사라졌다"면서 "견인하기 쉬운 차량을 선별해 마구잡이로 견인을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해 최대 7만여 대 견인=대구에서 더 이상 견인을 당한 차주와 견인관리소 간 마찰을 구경할 수 없게 된다. 달서구 견인관리소가 이달 19일 문을 닫은 데 이어 다음 달 서구 견인관리소도 폐업한다.

2000년대 불법 주정차 단속차량 대비 견인차량 비율은 20% 정도였다. 대구시내 각 구청에 따르면 구별로 연간 평균 4만~5만 대 주'정차 단속을 하고 1만 대 정도 견인을 했다.

견인이 늘어날수록 차량 손상 보상 요구 등 민원도 급증함에 따라 각 구청은 주'정차 위반 차량에 과태료만 매기고 견인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견인대행업체는 운영비는 늘어난 반면 견인건수는 줄어 경영난에 시달렸다.

실제 다음 달 문을 닫는 서구 견인관리소의 경우 이달 19일 오후 현재 견인된 차량은 1대에 불과했다. 이곳 관계자는 "하루에 50~60대씩 차량을 견인해온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5, 6대 정도"라며 "인건비와 부지 임대료도 나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달서구 견인관리소장 김시환 씨는 "사업소 월세 300만원과 직원 6명의 월급 등을 빼면 매달 적자에 가까운 경영을 해왔다"고 했다.

대부분 구청은 견인차량을 보관할 공간과 견인장비를 갖추지 못해 견인보다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곳으로 차량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불법 주'정차 관련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견인관리소 폐업 후 중'동'수성구 등은 견인율이 0%에 가깝고 견인차량을 보유한 북구청의 경우 올 들어 지금까지 360대를 견인했다.

◆대책은 있나=견인대행업체가 사라짐에 따라 '견인이 사라지면 불법 주'정차로 도로가 몸살을 앓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견인업체 관계자는 "시'구'군별로 큰 행사를 치를 때면 도로변 불법 주'정차로 교통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데 즉시 견인하지 않으면 교통은 엉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선주(34'여'대구 달서구 죽전동) 씨는 "불법 주차 차량을 보면서 '견인해 가면 속이 시원하겠다' 싶었는데 견인이 줄어들면 불법 주차도 늘어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청 관계자는 "주민 불만이 큰 견인 업무를 무리하게 진행하기보다 계도 위주로 불법 주'정차 단속의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면서 "출'퇴근 시간 교차로 부근 등 교통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차량은 구청에서 보유한 견인차를 이용해 견인과 이동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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