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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놀이하는 인간이 미래를 창조한다

아기가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장난감에 손을 뻗는 일이다. 먹을 것 외에 아이를 지배하는 유일한 것, 그것은 놀이의 본능이다. BC 2000년경 이집트나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유물에서는 동물 모양 인형과 딸랑이, 소꿉놀이 도구, 공 등이 발견되었다. 모방에서 시작하는 아이들이 노는 방식은 수만 년 동안 거의 동일하다.

놀이를 즐길 때는 우뇌가 활발히 움직인다. 좌뇌가 순차적이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반면에 우뇌는 동시적이고 비언어적인 요소들에 대한 인식이 강하며 통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뇌는 수천 개의 단어나 상황들을 마치 사진을 찍듯이 동시에 처리할 수 있고 문맥 해석에 강하며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요소를 결합해 사물을 전체적으로 인식한다. 논리적인 좌뇌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뇌에는 한계가 없어서 무엇이든 원하는 걸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사회의 인재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우뇌의 활용이다. 놀이는 우뇌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미래 인재의 조건에 놀이를 포함시키고 있다.

놀이는 자발적 행위이며, 상상의 세계이고 불확실성과 우연성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이다. 이 때문에 놀이에는 긴장이라는 독특한 정서가 발휘되는데 바로 이것에서 놀이의 에너지가 솟아 나온다. 또한 인간의 놀이는 혼자서 할 수 없다. 인간의 놀이는 사회적 현상이기에 '집단'을 전제로 하며 이러한 놀이는 문명을 낳은 토양이 되었다.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는 사려가 깊다. 하지만 사려가 깊기에 행동적이지 않다. 물건이나 연장을 만들어 사용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는 부지런하고 계산적이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쓸모가 있는 대상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는 기능 충족 이상을 원한다. 그렇기에 호모 루덴스는 기능 목적을 뛰어 넘는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었으며, 도자기를 만들고 정원을 꾸미고 춤을 추었던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것들은 호모 루덴스의 충동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산자연학교 교장 정홍규 신부는 우리 교육에서 심오한 놀이(deep play)는 뒷전에 밀려나 있다고 말하면서 특정 교과만큼 놀이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놀이는 하찮은 오락거리가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경험하는 방법이며, 놀이를 통해 사회를 배우고 서로 공감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몸 놀이가 바로 춤이며, 춤이야말로 우주와의 황홀한 소통이며 사람 사이에 공감적 소통 방법이므로 심오한 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래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오늘 우리들은 어떤 놀이를 해야 할까?

오레지나(대구가톨릭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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