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KS 보기]

어렵게 따낸 한국시리즈 양팀 모두 전력은 엇 비슷

페넌트레이스의 어려움은 거의 매일 매일 경기를 갖는다는 데 있다.

홈과 원정을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몸은 지쳐가지만 기계적으로 집중력을 갖고 게임하는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없는 지옥의 레이스인 것이다.

반면 페넌트레이스는 긴 여정이므로 중간 중간에 닥쳐오는 위기를 수습할 시간이 있고 용병이나 선수를 대체해서 난관을 헤쳐나갈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뒤처지면 따라가는 레이스이므로 차근 차근 재정비하여 순위 탈환의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는 단기간의 대결로 페넌트레이스와는 정반대다.

한 경기를 패하면 중압감이 엄청나게 밀려온다. 다음의 경기를 이겨야만 동등한 상황을 만들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과 전력을 다해야 하는 체력 소모는 일반 경기와는 비교가 안 된다. 평소 즐기면서 야구하자던 코칭 스태프조차도 말이 없을 정도다.

그러므로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며 이후에는 매 경기 서로 총력전을 펼친다.

비록 세 번을 져도 우승하는 7전4선승이긴 하지만 어느 한 순간의 소용돌이에 승리의 동아줄을 놓쳐버리면 맥없이 무너질 수도 있는 최고수끼리 겨루는 단기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 경기의 승리가 갖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내일을 생각하는 전략적 야구보다 매 순간 빗장을 치는 최대의 집중이 필요할 뿐이다.

대부분의 단기 시리즈가 그렇듯 실수(에러)나 파인 플레이가 승부의 최대 변수가 된다.

결승에 오른 팀 간의 경기이므로 이미 전력으로는 대등한 상대이기 때문에 실수만 없다면 투수전으로 이어지는 박빙의 승부가 전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수 하나가 위기의 빌미가 되기도 하고 파인 플레이 하나가 반전의 빌미도 된다.

모든 것이 얼마나 기본기에 충실하게 플레이를 펼치는 가에 달려 있는 것이고 기본기가 탄탄한 팀이 아주 미세한 차이로 결국 이기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실수나 본헤드 플레이는 무리한 수비와 한 순간 집중력이 떨어진 방심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기본기가 철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는 경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리턴매치지만 지난해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SK는 지난해 시즌 말미에 사령탑이 이만수 감독으로 바뀌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치렀고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에서도 삼성과 대등한 내용의 승부를 펼쳤다.

이만수 감독의 개인 입장에서도 내심 설욕전을 벼르고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전력의 차이는 거의 없다. SK가 공격력을 앞세운 창이라면 삼성은 방어가 강한 방패다.

대등한 승부가 예상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단기 시리즈 역시 마운드와 수비의 차이가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점을 감안하면 삼성이 다소 유리한 편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수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염려도 되지만 외부적인 변수보다 판세에 따라 임기응변이 강한 류중일 감독과 미국식 선 굵은 성향의 이만수 감독의 용병술이 승부에 더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두 감독의 히든카드가 몹시 궁금해진다.

김상수의 성장을 위해 사심 없이 풀어준 박진만이 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거리다.

야구해설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