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킨십을 즐깁니다. 상담원도 스킨십을 좋아하세요? 스킨십 할 때 느낌은 어때요?" "2차 성징이 시작되면 여자들의 몸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죠? 자세히 설명 좀 해주세요."
대구은행 콜센터에 걸려 온 성희롱 전화다. 100여 명의 여직원들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 대구은행 콜센터에는 하루 3천~5천 통의 상담 전화가 걸려 온다.
대부분은 금융 상담을 원하는 점잖은 고객들의 전화지만 간혹 언어폭력과 성희롱을 일삼는 전화가 들어와 직원들을 당혹하게 한다. 악성 고객 유형은 여러 가지다. 상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짜고짜 욕설을 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술주정을 하는 고객도 있다. 일부는 시비를 거는 것도 모자라 정신적'물질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1인당 하루 평균 120~150통의 상담 전화를 받아야 하는 대구은행 콜센터 직원들에게 악성 상담은 큰 스트레스다. 대구은행 콜센터 한 직원은 "최근 한 고객과 1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면서 계속 말을 시키는 바람에 다른 상담 전화를 받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면 민원이 제기되기 때문에 계속 응대를 해 줄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금융기관 콜센터 직원에 대한 언어폭력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콜센터 직원에 대한 성희롱 건수는 신고된 것만 2009년 39건에서 2010년 49건, 2011년 56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콜센터 직원들이 고객과의 마찰을 우려해 대응을 자제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성희롱을 비롯한 언어폭력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 콜센터에 따르면 고객들의 언어폭력 전화가 하루 평균 40~50여 통 걸려 온다는 것. 또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에는 성희롱'협박 등의 악성 민원이 올 들어 2만여 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콜센터 직원에 대한 언어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조치는 미흡한 수준이다. 2009~2011년 확인된 성희롱 가운데 고발 건수는 6건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최근 콜센터 직원의 고충 처리를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고충처리반을 만들어 운영할 것을 금융회사에 요청했다. 또 고객의 언어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 교육하고 상습적인 언어폭력을 일삼는 고객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고발 조치를 하도록 당부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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